용광로 사정한파에 덜덜 검의 칼 경기한파에 옴찔
▲ 한때 자택 압수수색설이 불거졌던 이구택 포스코 회장(왼쪽)과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주성 전 국세청장. | ||
지난 3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노승권 부장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2005년 하반기에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대구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포스코가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을 잡고 당시 세무조사 자료를 거둬들이기 위해서였다.
지난 2005년 국세청은 관할인 대구지방국세청 외에도 서울지방국세청의 최정예 조사인력까지 추가 투입해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장장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1700억 원대의 추징 결정이 내려졌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국세청의 과세절차 오류를 주장하며 이듬해 6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아직 최종 심판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시 국세청이 거액의 조세포탈을 적발했음에도 포스코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은 검찰로 하여금 로비 정황에 확신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논란이 커지고 있음에도 국세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구지방국세청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 자택 압수수색설까지 불거져 포스코를 초긴장 상태에 몰아넣기도 했다. 결국 이 회장 자택 수색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포스코나 이 회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일러 보인다. 얼마 전 임채진 검찰총장이 경제위기를 고려해 기업 압수수색 자제 방침을 밝힌 분위기 속에 검찰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전언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장기화 속에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포스코 수뇌부를 들쑤시는 것에 대한 수사당국의 부담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만약 구체적 로비 정황이 드러나 포스코 수뇌부가 도덕적 타격을 입는다면 ‘오너십’이 없는 포스코 특성상 새해 2월 중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최고위층 인사들의 입지를 뒤흔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22조 원 이상의 매출액과 4조 3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거대 기업 포스코에 대한 전 방위적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급에 대한 고려가 수사범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검찰은 국세청의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한 로비과정에서 포스코가 국세청에 대한 압력행사를 위해 정치권에도 로비의 손길을 뻗쳤는지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정권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다른 비리혐의로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인사가 포스코 최고위층 비호를 위한 로비창구였을 가능성에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 청장 수사로 비롯된 포스코 로비 혐의 수사가 자칫 포스코와 노무현 정부 실세 간의 커넥션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