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잡아라” 반상 열기 후끈
[일요신문]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본선전이 지난 4일 한국기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더욱 풍성해지고 알차게 돌아온 제2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 대회 본선전이 5월 4일 한국기원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이번 바둑대회는 일요신문이 후원하는 아시아 학생바둑대회 국가대표 선발도 겸한 자리로 그만큼 대회장의 분위기도 뜨거웠다. 대회 규모도 커져 지난해보다 32명이 늘어 총 72명(일반부 24명, 유단부 24명, 최강부 24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4월 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4개 권역(서울, 경기·인천, 동부, 서부)에서 총 500여 명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예선전을 치렀다. 컴퓨터 게임도 만화책도 바둑만큼 재밌지 않다는 바둑 꿈나무들의 열정이 가득했던 바둑대회 현장을 취재했다.
지난 5월 4일 이른 아침부터 한국기원 2층에는 ‘제2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참가를 위해 찾은 100여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이번 대회는 일요신문과 동양오리온이 주최하고 대한바둑협회와 한국초등바둑연맹이 주관하며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포츠토토가 후원을 맡아 지난해 대회를 발판삼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다.
일요신문배 전국어린이 바둑대회 수상자들.
오전 10시 본선전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에는 많은 귀빈들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서능욱 9단과 김혜민 7단이 각각 심판위원장과 심판위원으로 참석했으며 일요신문 신상철 사장과 대한바둑협회 강준열 상임이사 등이 자리했다.
개회사를 맡은 신 사장은 “바둑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소년 컴퓨터 중독이나 왕따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놀이’다. 두뇌발달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만큼 바둑이 학생들의 성장에 큰 영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이번 대회는 아시아 학생바둑대회 국가대표 선발도 겸하는 만큼 맘껏 실력을 발휘해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며 참가 학생들을 격려했다.
신상철 일요신문 대표가 대회에 앞서 인사말을 했다.
이어 서능욱 9단의 힘찬 개국선언으로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됐다. 전국 4개 권역에서 온라인 예선전을 통과한 72명의 학생들은 일반부(1급 이하), 유단부(초단~3단), 최강부(4단 이상) 개인전과 단체전 등 총 4개 부분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개인전 예선은 스위스리그제로 진행돼 24명의 참가자 중 상위 8명의 학생이 8강에 진출했다. 이후 리그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행해져 우승자를 가렸으며 최강부 결승전은 오는 11일 바둑TV로 중계할 예정이다. 최강부 단체전은 4개 권역별 6명(예비후보 1명 포함)이 한 팀을 이뤄 토너먼트(5판 3선승제)를 치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와 달리 여학생도 참가해 대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일반부에서는 동구로초 한용정 학생이 청운초 이동건 학생을 불계승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한용정 학생은 침착한 모습으로 고학년 형들을 차례로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한용정 학생은 “지난해 예선 탈락한 뒤 1년 동안 도장을 다니며 열심히 했다. 친한 형들도 많이 사귀고 사부님이 잘 지도해주셔서 우승까지 해서 기분이 좋다. 내년에도 유단부로 참여해 꼭 우승하고 싶다”는 당찬 소감을 밝혔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어머니도 “바둑을 하기 전엔 집중력도 떨어지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걱정을 했는데 바둑을 통해 많이 개선됐다. 열심히 하는 아이가 자랑스럽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유단부에서는 응암초 이시현 학생이 연은초 황선욱 학생을 제치고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7살 때 처음 바둑을 접했다는 이시현 학생은 “같은 도장에 다니는 동생(황선욱 학생)을 이겨서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우승을 해서 좋다. 꼭 국가대표로 뽑혀 아시아 학생바둑 대회에도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최강부 결승은 덕이초 최우성 학생과 응암초 김지명 학생이 오는 11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8강에 오른 어린이들이 추첨을 통해 대진순서를 정하고 있다.
최강부 단체전은 지난해의 패배를 설욕한 서울권역팀이 차지했다. 유력한 우승후보자로 거론된 서울권역팀은 1회전에서 동부권역팀을 만나 전승을 거둬 결승전에 진출했다. 지난해 우승팀인 경인권역팀 역시 서부권역팀을 전승으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해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결승전은 의외로 쉽게 판가름 났다. 두 번의 패배는 없다며 심기일전한 서울권역팀이 4:1로 완승을 거두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왼쪽부터 유단부 우승자 이시현, 일반부 우승자 한용정
모든 대결이 마무리 되고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각 부분별 우승자와 준우승자, 3위 입상자와 최강부 단체전 우승자, 준우승자에게 각각 상장과 트로피, 장학금이 수여됐다. 일반부 우승자에게는 50만 원의 상금이, 준우승자는 30만 원, 공동 3위는 각각 15만 원이 수여됐으며 유단부 우승자에게는 100만 원의 상금이, 준우승자 50만 원, 공동 3위 각 25만 원이 수여됐다. 최강부 공동 3위는 각각 5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으며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는 각 150만 원, 100만 원이 수여될 예정이다. 단체전 우승팀은 300만 원, 준우승팀에게는 15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단체전 준우승을 한 경인팀 어린이가 김혜민 7단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김혜민 7단은 “참가학생들의 실력이 조금씩 차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중에는 당장 연구생을 해도 될 정도의 기량을 갖춘 학생들도 있다”며 “어릴 때 바둑을 배우는 학생은 실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대회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 좋다. 수읽기와 사활공부를 많이 하면 대회 우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엔 다들 우승을 목표로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이모저모 - 서능욱·김혜민 지도대국 ‘인기짱’
서능욱 9단이 다면기 지도대국을 하는 모습.
‘제2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는 말 그대로 전국 어린이들의 축제였다. 새벽 4시부터 출발해 대회장을 찾았다는 부산 출신 학생부터 무려 제주도에서 참여한 학생들까지 있었다. 제주도에서 학생 4명을 데리고 대회를 찾은 한공민 씨는 “아무도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이런 대회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아이들도 한국기원에서 바둑을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들떠했다”며 “자비를 들여 2박 3일 일정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아이들의 실력이 좋은 만큼 내년은 우승을 목표로 꼭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학생 참가자가 한 명도 없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는 3명의 여학생이 참여해 대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최강부에서 유일하게 여학생이었던 정발초 허서현 학생은 “8살 때 언니와 문화센터를 다녔는데 소질이 있다고 해서 계속 바둑을 하고 있다. 혼자만 여자라서 조금 심심하지만 내년에도 꼭 참가하고 싶다. 올해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능욱 9단과 김혜민 7단은 대회에 참석한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위해 다면기 지도대국을 갖으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서능욱 9단과 대국을 펼친 학부모 조원석 씨는 “프로기사와 직접 대국해서 떨렸다. 긴장해서 실력발휘를 못해 아쉽다. 그래도 친절하게 지도해주셔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30여 분의 지도대국을 마친 서능욱 9단은 “아이들이라고 만만하게 보다가 고전했다. 학생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 한국 바둑계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확인해 기분이 좋다”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연신 미소를 지어보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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