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고르듯 깐깐한 안목이 목돈 지킨다
▲ 미국 뉴욕 골드미스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섹스앤더시티>의 한 장면. | ||
40대 중반 여성인 A 씨는 상장회사 계열 벤처기업 임원이다. 그동안 모회사 팀장으로 근무했으나 2년 전부터 계열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소위 명문대학을 나와 남자 동기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서 임원 반열에 올랐다. 업무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그녀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동생들은 다 결혼했지만 정작 본인은 결혼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처녀가 시집 안 가겠다고 하는 말’이 3대 거짓말에 들어간다고 했던가. 그녀의 속마음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A 씨는 집도 별도로 준비했고 저축도 상당하다. 그런 그녀에게 얼마 전 한 남자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동창 모임에서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급격히 가까워졌다. 둘이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결혼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무엇엔가 홀린 듯 꼬이기 시작했다. 이 남자가 A 씨에게 사업상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면 객관적인 판단력을 잃는다는 말이 그녀에게도 적용됐다. 처음에 사업자금이 부족하다며 도움을 요청받자 3000만 원을 빌려주었다. 다행히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차용증은 받아 두었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이 지나고 다시 한 번 자금 융통을 요구하는 남자에게 A 씨는 속는 셈 치고 2000만 원을 더 빌려주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이 남자와 연락도 잘 되지도 않고 만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자세히 알아보니 그 남자는 유부남인 데다 빌려준 돈은 개인적인 빚을 갚는 데 다 써버린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본인의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큰 손해를 본 케이스다. 사실 사람이 돈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아니 꼬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테크가 문제가 아니라 객관성과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무엇으로도 씻어내기 힘들다. 골드미스 재테크의 제1 원칙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다.
B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서 생활비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적게 들어간다. 그녀는 매월 수입의 60% 정도를 저축하고 있다. 주식은 우리사주로 배당된 것만 갖고 있으며 펀드도 거치식으로 2000만 원 정도를 해외펀드에 넣고 있다. 금융위기로 펀드에서는 손실을 보고 있지만 안절부절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는 매월 적금 위주로 저축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에 가입하라고 하지만 이자가 높을수록 손실도 클 수 있다는 생각에 안전한 상품 위주로 운용한다.
그녀는 우선 사내 새마을금고와 급여통장 개설은행(주거래)을 통해서 3년 단위 적금에 가입하고 있고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과 건강보험을 꾸준히 불입하고 있다. 그녀는 본인의 수입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 남들이 본인의 수입을 알게 되면 있을지도 모를 불편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주택 마련과 저축한 자금을 합하면 5억~6억 원 정도는 될 것으로 짐작된다. 철저하게 안전자산 위주로 저축해온 B 씨는 금융위기에도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C 씨도 골드미스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도 잠시 다녔지만 이내 자신의 적성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격증을 취득, 지금은 미용 관련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C 씨는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는 돈을 모으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생활에 많이 써버렸다. 그러다 보니 소비성향은 높아지고 업소는 주인이 없다보니 경영도 엉망이 되기 일쑤여서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과 재창업을 반복해왔다. 매번 폐업을 하고 정리하면 겨우 원금 정도만 남게 되니 당연히 목돈 마련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 C 씨에게 몇 년 전부터 남자가 생기고 옆에서 전반적인 경영 사항에 대해서 코치를 해주니 본격적으로 목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약혼자는 항상 업소에서 자리를 지키도록 조언해주고 매일 현금이 생기면 바로 은행에 입금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전체적인 결산을 하고 흑자로 남은 자금은 업소에서 가까운 신용협동조합에 저축을 하도록 강력하게 권유했다. 특히 자영업자에겐 지역과 밀착된 금융기관이 좋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자소득세도 없고 이율도 일반금융기관보다는 조금 높으니 일석삼조의 효과가 나타났다.
C 씨는 이렇게 2년을 운영하고 나니 5000만 원 정도의 종자돈이 생겼다. 지금도 C 씨는 매일 수입금을 은행에 입금시킨다. 그러니 은행에서도 우대고객 대우를 받고 있다. C 씨는 지금까지 모아온 목돈으로 약혼자와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 다른 골드미스들과는 달리 C 씨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안정된 생활과 경제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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