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에 체류증일 때 대통령 전용기가 뉴욕을 이탈해 워싱턴DC를 다녀왔음을 입증하는 전용기 교신신호가 발견돼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재미블로거 안치용 씨가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통상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의 해외순방때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대통령이 즉시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대통령 체류 도시의 공항에서 24시간 대기하는 것이 상례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전용기의 정위치 이탈이 과연 경호상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2010년 당시 대한항공으로부터 임차해 운항하고 있는 대통령 전용기.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전용기의 편명은 HL7465, ICAO 부호는 71BC65로 콜사인은 대통령이 탑승했을때만 대한민국 공군 1호기를 의미하는 KAF001을 사용하며 이번 순방에도 대통령 탑승시에는 이 콜사인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5일 오후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해 당일 뉴욕에 체류한뒤 5월 6일 오후 뉴욕 JFK 국제공항을 출발, 워싱턴 DC 인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었다. 따라서 대통령 체류 도시 공항에서 대기한다는 상례에 따른다면 대통령 전용기는 5월 5일 오후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뒤 6일 오후 워싱턴으로 떠날때까지는 JFK 공항에 대기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전용기는 박 대통령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지 약 3시간 정도 지난뒤 워싱턴 DC 인근공항에 착륙한 것이 확실시되는 MODE-S 신호가 포착됐다. 안 씨에 따르면 대통령 전용기는 5월 5일 오후 5시 42분(미동부시간) 워싱턴DC 인근공항의 고도 11775피트 상공에서 MODE-S 신호를 지상관제탑의 MODE-S TRANSPONDER와 교신했다. 또 14분 뒤인 5월 5일 오후 5시 56분 워싱턴 DC 인근공항의 고도 1150피트 상공에서 다시 MODE-S 신호를 지상으로 보낸 것이 포착됐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카운티에 설치된 MODE-S 수신기에 포착된 이 신호에는 한국공군(SOUTH KOREA AIR FORCE)이 운용하는 편명 HL7465, ICAO 부호 71BC65 의 B744 항공기라고 명시돼 있었다. 전용기는 B747-4B5 기종이며 이 신호에 포착된 데로 이를 줄여서 B744로 부르기도 한다. 신호에 포착된 모든 내용이 박 대통령 전용기와 일치한다.
대통령 전용기 교신 신호 사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제공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뉴욕에 체류중이었고, 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탑승때만 사용하는 KAF001 이라는 콜사인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 11775피트에서 고도 1150피트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대통령 전용기가 착륙했음을 의미하며 착륙 공항이 어디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앤드류스 공군기지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뉴욕에 체류하고 있는데도 대통령 전용기는 어떤 이유에선지 대기 위치를 이탈해 워싱턴DC를 방문했음이 확실시되는 것이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가 5월 5일 오후 6시께 워싱턴에 착륙했다면 뉴욕-워싱턴DC간 비행시간이 1시간10분 정도 소요되므로 오후 5시 전후 뉴욕을 출발했고, 또 다시 신호가 포착된 시간을 감안하면 새벽 1시 이후 뉴욕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8시간 정도 대통령곁을 비운 셈이다. 만약 5월 5일 오후 5시부터 5월 6일 새벽 1시 사이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긴급사태가 발생했더라도 박 대통령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 경호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레이트연합으로 비행하던 도중 전용기가 1시간30분여만에 회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직후 전용기 사전점검때 정비뿐 아니라 반드시 장시간 시험비행을 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하지만 시험비행 등이 중요하다고 해도 실제 대통령 해외순방때 대통령 체류장소를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비행한 것은 대통령의 안전에 치명적 허점을 노출했다고 볼 수도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으로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빛을 잃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전용기 이탈’ 의혹마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와 여권은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