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생각 말고 버릴 땐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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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불황으로 임대료를 내지 못하자 권리금이 없는 상가 매물까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41만 5764개 회원 업소 가운데 17.3%인 7만 1644개 업소가 폐업(5만 644개) 또는 휴업(2만 1000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외식을 크게 줄이면서 음식점 10곳 중 2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여기에 경기가 금방 회복되지 않고 상당기간 침체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휴·폐업을 하는 음식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폐업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매물이 시장에 넘쳐나면서 권리금은커녕 자신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것도 서러운데 투자비용마저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을 터. 조금이라도 손실을 덜 볼 수 있는 ‘성공하는 폐업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의 이른바 노른자위 상권이라 불리는 곳에서 120㎡(36평) 규모의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던 김 아무개 씨. 개업 후 1년 정도는 장사가 잘 되었다. 그런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급기야 월 500만 원의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는 고민 끝에 폐업을 결심하고 부동산에 가게를 내놨다. 창업 당시 신축건물 1층에 입점, 권리금을 지불하지는 않았지만 인테리어 등에 2억 원 가까이 들인 점포를 정리하면서 시설권리금 5000만 원 정도는 받아야 울적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점포에 관심을 보이는 예비 창업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는 “요즘 같은 상황에 권리금이 웬말이냐”며 난색을 표했다. 금액을 낮추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중개업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00만 원의 권리금을 제시했던 예비 창업자는 결국 점포 인수를 포기했다.
문제는 이후에 찾아온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 이에 화가 난 김 씨는 “권리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하고 싶지도 않다”며 수백만 원의 돈을 들여 음식점 시설을 모두 철거해버렸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보게 된 최악의 폐업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폐업 실패 사례를 살펴보자. 앞서 김 씨의 경우 점포 위치가 좋아 매수자라도 나타났지만 점포의 위치가 나쁜 경우 매수자가 없어 폐업이 창업보다 더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만화카페를 운영하던 장 아무개 씨. 30대 초반의 그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퇴직금에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창업에 나섰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가건물 4층 99㎡(30평) 규모의 점포를 선택했고, 보증금과 인테리어비용 등 총 1억 5000만 원 정도를 투자해 꿈에 그리던 가게를 열었다.
그러나 매출은 장 씨의 꿈을 배신했다. 4층 점포의 특성상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만화방과 레스토랑의 결합이라는 애매한 콘셉트에 손님 확보에도 실패한 것. 월매출은 300만~400만 원에 불과한데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 지출은 500만~600만 원을 넘어서면서 장 씨는 매달 150만 원 정도 적자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장 씨는 전문컨설팅업체를 찾았다.
장 씨와 상담한 전문가는 3000만 원 정도의 추가 투자를 통한 제대로 된 ‘북카페’로의 변신 또는 ‘폐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장 씨는 추가 투자 여력이 전혀 없었고 지속된 적자 운영으로 의욕마저 상실해 결국 폐업을 선택했다. 그러나 점포의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5개월간의 적자 영업 끝에 점포를 넘길 수 있었지만 장 씨가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보증금은 3분의 1이 날아갔고 시설비 및 투자비도 전혀 회수하지 못했다.
폐업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을 때 선택하게 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창업전문가들은 폐업이 능사는 아니라고 충고한다. 폐업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업종 전환을 통해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폐업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발판이 되므로 보다 신중한 결정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수원의 번화가에서 260㎡(79평) 규모의 대형 스파게티 전문점을 운영하던 이용석 씨는 장사가 안 돼 창업 1년 6개월 만에 폐업을 결심했다. 1층 매장은 권리금과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커 2층 점포를 계약한 것이 화근이었다.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공사를 실시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음식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하는 등의 노력을 시도했지만 불리한 입지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6개월이 지나면서 2000만 원을 훌쩍 넘었던 월매출이 1000만 원대로 뚝 떨어지더니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증가, 급기야 수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전문가를 찾아 문제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점포 임대 기간이 3개월 정도 남았지만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2억 원 넘게 투자한 점포였지만 그동안의 적자로 1억 원의 보증금만 간신히 챙겨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씨에게 폐업은 끝이 아니었다.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주택가로 시선을 돌렸다. 가시성과 접근성을 높인 1층 매장을 택하되 소형매장으로 실속 창업에 나선 것. 그는 두 달 가까이 서울 수도권 상권에서의 틈새 점포 찾기에 나섰다.
이 씨는 주택가 상권 1층 60㎡(18평) 매장을 보증금과 권리금을 포함, 8000만 원을 들여서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인테리어 공사에 들인 비용은 5000만 원. 집기류는 이전 점포에서 쓰던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였다. 재창업에 3000만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든 셈이다. 현재 이 씨가 운영하는 스파게티 전문점의 월평균 매출은 1800만~2000만 원. 점포 규모를 줄였더니 임대료와 인건비도 크게 줄어 순수익이 500만 원을 상회하고 있단다. 이 씨는 “수원의 점포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비어 있는 상태”라며 “폐업도 잘만 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앞서 소개한 실패사례와 같이 폐업으로 투자금의 50%에 가까운 큰 손실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권리금이나 투자금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으로 손실을 최소화했고, 이를 또 다른 시작의 발판으로 삼아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