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첫 미션 ‘부동산 팔아 살길 찾기’
홈플러스 역삼동 본사 사옥. 현재 사옥 이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1999년 창립 후 14년 만에 처음 이뤄진 CEO 교체가 실적 악화와 부채 증가로 고전 중인 홈플러스의 대대적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본사인 영국 테스코그룹의 계속되는 비용 절감 요구에 홈플러스가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일요신문>이 단독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현재의 서울 역삼동 본사 사옥 이전을 준비 중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건너편 삼정빌딩 내 15개 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허리띠를 졸라 매기 위해 현재 본사가 있는 역삼동 사옥을 나와 임대료가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본사 이전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사 이전은 오래전부터 검토해 왔던 사안”이라며 본사 이전 계획을 사실상 확인했다.
이와는 별개로 홈플러스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장을 매각하고 이를 다시 임대로 돌려 사용하는 ‘매각 후 재임대(Sales and Lease Back·SLB)’ 방식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지난 2008년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를 2조 3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무리하게 부채를 떠안음으로써 외형 성장과는 별개로 재무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빚으로 인한 자금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포들에 대해서는 임대로 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 네 곳의 점포를 SLB 방식으로 돌렸다”며 “추가적으로 이 같은 방법을 채택할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매장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등 부동산에 대해서도 SLB 방식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홈플러스그룹 창립 14주년 기념식’에서 새 CEO로 공식 취임한 도성환 사장(오른쪽)이 이승한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지난 4월 홈플러스는 또 다른 부동산 투자회사에 부산 감만점, 밀양점, 삼척점에 대해서도 SLB 방식을 통해 임대로 돌렸으며, 5월 초에도 같은 회사에 안성 원곡물류단지 내 15만 3000㎡(약 4만 6000평) 부지에 지을 예정인 공산품 물류서비스센터를 이 방식으로 팔았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자금 압박 해소를 위해 잇따라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그룹의 지원이 끊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국 본사에서는 홈플러스의 어려움을 한국 내부 문제로 간주해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홈플러스의 부동산 소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필립 클라크 테스코그룹 회장이 지난해 그룹 실적 악화의 주원인 중 하나로 영업규제에 따른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감소를 직접 거론하면서 홈플러스에 대해 강도 높은 비용절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자산 매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사의 지원이 끊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비용 축소와 투자 재원 마련을 꼭 연결 지을 수만도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테스코에서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물어 이승한 회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이며, 신임 도성환 대표를 통해 홈플러스의 체질 개선에 본격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신규 출점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지난 1월부터 신규출점과 연관된 부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새 대표이사 취임을 통해 앞으로 보다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가 비용 축소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같은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며 “신임 대표의 미션이나 비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신임 도 대표가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와 더불어 자회사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흡수 통합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홈에버 인수 당시부터 궁극적 목표는 통합이었으며, 인사나 재무 등에서는 이미 사실상 통합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법인 통합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마땅한 매입자가 없어 유야무야 됐는데, 최근 매수 희망 업체들이 나타나 이들과 적극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매입 희망 업체는 국내 유통 재벌들로 전해진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