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7조 원 이상을 올리며 국내 식품업계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는 CJ제일제당이 실적 부진에 의한 ‘비상경영’이 매섭다. 직원들 법인카드 한도 축소는 물론 일부 부서에 대해서는 구조조정도 예상돼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CJ제일제당센터 전경. espark@ilyo.co.kr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1분기 2조 4484억 원의 매출액과 12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2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95% 급감했다. 특히 식품사업부문은 이 기간 9606억 원의 매출과 39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전년 대비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 1분기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부문에서 1조 2436억 원 매출액과 63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생명공학사업부문의 경우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 1분기 CJ제일제당이 이 사업부문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733억 원. 지난해 1분기는 737억 원이었다. 설탕, 다시다, 육가공(캔햄), 컨디션 등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현대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분기 가공식품 영업이익 부진에 이어 2분기 바이오 영업이익 부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이 예측한 올해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4.4% 감소한 4789억 원이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이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는 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한도 대폭 축소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현재 영업이익 저하로 인해 전사원의 법인카드 사용이 한시적으로 중지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사측은 실적이 저조한 부서의 경우 조직 구조조정까지 계획하고 있어, 실적이 좋지 않은 부서의 경우 부서 폐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업무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현재 비상경영 상황으로 실적이 안 나오니 긴장감을 높이는 차원에서 법인카드 한도를 크게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조직 재정비까지는 아니고 실적이 나쁜 일부 부서에 한해 정리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과 별개로 국내 즉석밥 시장 부동의 1위 제품인 ‘햇반’의 경우, 변질로 인한 고객 클레임이 지속 증가돼 CJ제일제당은 최근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수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측은 “용기 포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협력업체 재선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