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솔솔… ‘꽃샘추위 조심해’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금융권 부실자산 매입 방침과 우리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금융위기와 실물경기침체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부동산이 최근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바닥론’도 슬금슬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2월 주택매매가 전달 대비 5.1% 상승한 472만 가구를 기록했고, 미국의 2월 신규 주택착공 건수도 전달보다 22% 급증한 58만 3000가구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공공민간투자프로그램(PPIP)을 통해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금융권 부실자산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고, 우리 정부도 28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호재가 겹치면서 7000p 선 아래에 있던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어느 틈엔가 7700p 선까지 올라섰고, 코스피지수도 1200p 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단기급등에 따른 기술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유동성 증가와 경기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맞물리고 있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부실자산 처리를 통해 은행들의 자산가치를 회복시키고 은행권의 대출능력을 높여 금융시스템이 정상화할 수 있다는 기대와 경기부양책을 통한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도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분위기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로 인해 기술적 저항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미리 대응에 나설 필요는 없을 듯하다. 코스피지수 상한선을 3월 중에는 1250p, 올 상반기에는 1300p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국내적으로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재정지출이 꼭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이영원 전략분석실장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게 완화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 등 정부부처의 부실자산 매입 방침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코스피지수 1200p 선 돌파 후 당분간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융위기가 완화됐지만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상당히 커서 1300p를 코스피지수 상한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환율도 미국 정부의 국채 매입 방침에 따른 달러 유동성 증가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통화 스와프 확대 등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봤다. 실제 3월 들어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매도세도 주춤한 상태다.
한화증권 이준환 연구원은 “원화가치 하락의 주요 요인이었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다소 약해지고 있다. 환율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환율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외국인 매도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시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목해야 할 종목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유동성 장세와 미국의 금융위기 해결책, 우리 정부의 추경예산 등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건설과 철강, 금융주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지수 상승과 금융위기 완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투자 전략은 1차적으로 대중주인 은행과 증권, 건설업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2차적으로는 달러 약세와 상품가격 강세가 맞물린 조선과 기계, 철강 등 중국 관련주를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 역시 “유동성 랠리의 선두는 통상 은행과 증권 등 금융주와 건설주가 1순위다. 다만 실적 개선 및 밸류에이션상의 매력 등을 감안하면 철강 등 소재주와 자동차 및 IT 부품주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밝혔다.
이영원 실장도 “당분간 증시가 강세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기업 실적이 하향 조정된 상태여서 본격적인 추세상승에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면서 “제한적 범위 내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망 업종은 유동성 상황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금융업종과 건설업종 등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진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추가상승에 대비한 전략으로는 순환매 관점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조선 철강 은행주들에 대한 단기 매매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와 IT 등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업종 중심의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투자에는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하나금융지주를, 장기 투자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를 추천했다.
현대증권 한동욱 연구원은 “신용경색 개선과 실질금리 부담 완화의 수혜 업종과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금융과 산업, 소재 업종 비중확대가 적합하며, 종목은 GS건설과 LG화학, 효성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꽃피는 봄’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도 ‘꽃샘추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법. 전문가들은 증시에 악재가 여전한 만큼 추격매매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주들의 경우 유동성 장세에서 추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만큼 종목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증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다. 한동욱 연구원은 “기업실적은 하향세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시마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강현철 투자전략팀장 역시 “기업실적 추정치 하향조정이 부담스러운데 4월 중 발표될 1분기 실적의 턴어라운드(극적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융구제대책이 확실히 실행될지도 변수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금융권이 보유한 부실자산이라는 점에서 부실자산 처리가 전격적으로 단행될 경우 시장의 호재로 작용해 유동성 장세가 시작될 수 있다. 이 경우 증시는 크게 오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실자산 처리 방안이 미흡하거나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시는 다시 박스권으로 회귀할 수 있다. 다만 엄청난 유동성이 풀렸다는 점에서 지수는 견고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