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다? 내린다? 헷갈릴 땐 묻어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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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에서 1온스(oz, 28.35g)당 금값은 이달 중순 1400달러(약 158만 원)가 무너졌다. 2011년 3월 이후 38개월여 만이다. 문제는 3년 2개월 전에는 금값이 오르는 중에 조정을 받으며 14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이지만, 이번에는 2011년 9월, 1920.8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에 접어든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이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금값 상승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에 따른 결과였다”며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위험 회피 수요로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금을 매입했고, 헤지펀드들은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금 가격 상승에 경쟁적으로 베팅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값 하락을 주도한 것도 바로 헤지펀드다. 올 연초부터 금과 연계된 ETF의 금 보유량은 약 448톤(t)가량 감소했으며, ETF의 자산규모는 420억 달러 이상 급감했다. 글로벌 금 광산 업체들의 시가총액의 연초 이후 하락폭은 40%를 넘는다.
전지원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공격적 유동성 공급에도 인플레이션 위험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금융시장 불안정성도 크게 줄었다”며 “실수요 차원에서의 저가 매수세가 추가적인 금값 하락을 저지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점차 감소하고 있어 실수요에 의한 금 가격 상승랠리는 주도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금과 관련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월드골드카운실(World Gold Council)’은 정반대,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WGC가 집계한 1분기 금 수요는 지난해 1분기의 1107.5톤보다 13% 줄어든 963톤이다. 과거 5년 평균치 1020.8톤에도 크게 못 미친다. 가장 큰 이유는 투자 대상으로서의 금 수요가 줄어든 부분이다. 특히 비관론에서 주목하는 ETF 수요는 지난해 1분기 53.2톤에서 올 1분기 마이너스(-) 176.9톤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ETF를 통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금괴나 금화에 대한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는 점에 WGC는 주목한다. 올 1분기 금괴 및 금화 수요는 377.7톤으로, 최근 5년 평균 281.34톤을 웃도는 것은 물론 1년 전(342.5톤)보다 10%가량 늘어났다. 이밖에도 올 1분기 귀금속 수요, 산업 수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규모 역시 모두 최근 5년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WGC는 “ETF를 통해 금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차익 실현 또는 손절매, 다른 자산의 선택을 위해 매도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지구상에 채굴된 17만 5000톤의 금 가운데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단기 투자자인 기관들의 매도 물량은 결국 장기 투자자인 고액 자산들에게 흘러 들어간 셈이다.
비관론과 낙관론의 두 번째 논쟁은 실수요다. 비관론은 세계 최대 금 수요국인 인도의 수요 둔화에 무게를 둔다. 인도는 최근 무역적자가 불어나면서 지난해 금 수입과 소비에 대한 세금을 2%에서 4%로 인상했다. 또 금과 관련한 상품 투자를 위한 은행 대출도 제한했다. 게다가 인도의 금 수요를 촉발하는 ‘아크샤야 트리티야’ 축제일도 지났다. 전지원 연구원은 “인도의 계절적 수요가 둔화되는 6월부터 금값은 추가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낙관론 쪽은 선진국의 금 수요 확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WGC가 지역별로 작년 동기대비 올 1분기 금 수요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인도가 27%로 가장 높았는데, 그 뒤를 미국이 22%로 바짝 추격했다. 20%가 늘어난 중국보다도 많은 수치다. 귀금속으로서의 금 수요가 2005년 3분기 이후 7년 6개월 만에 전년 동기대비 플러스(+)로 돌아선 덕분이다. WGC는 “그동안 미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귀금속 관련 구매력이 약했는데,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의 금값 전망에 대해 이 같은 논란이 뜨겁지만, 장기투자 대상으로서는 여전히 금이 매력적이라는 데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전지원 연구원은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는 한, 금값의 추세적 상승이 나타날 시점은 시장 참여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상승하는 2014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언급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전망했다. 결국 1년 정도 후에는 금값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비관론자들이 보는 금 가격 저점은 금광회사의 유지비용인 온스당 1260달러 선이다. 차트 분석 전문가들은 이 1260달러 선까지 무너진다면 1170달러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에는 대체로 1260~1420달러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금 투자자라면 금값이 1260달러를 하회할 때 저점 매수를, 1400달러 선에 근접하면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