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달콤해도 이별은 시금털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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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는 신입 시절에는 선배나 상사가 마냥 어렵겠지만 그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유혹의 손길을 쉽게 잡게 되는 이유다. 상대방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친절한 윗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미 사단이 난 다음에야 본성을 파악해 본들 소용이 없다.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J 씨(여·23)는 신입 시절 사내연애를 했던 경험이 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헤어진 뒤 현재는 전혀 다른 팀이라 그녀와 상대방이 업무로 마주칠 일은 없다. 하지만 간혹 부딪히면 영 불편하다.
“입사하자마자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된 서른 살의 대리가 있었어요. 의도적이긴 했지만 그때는 몰랐어요. 일이 끝나고 집에 같이 가는 구실을 만들거나 서서히 사적인 자리를 만들더군요. 저도 아무 생각이 없다가 업무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사귀게 됐어요.”
이후 6개월을 사귀면서 J 씨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신입이 먼저 유혹했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은 공공장소에서 스킨십을 시도하는 등 아슬아슬한 사내연애를 더욱 아찔하게 만들었다. J 씨는 “만나면서 성격상 잘 안 맞는다는 것을 알아 결국 헤어지게 됐지만 이후 상대방이 업무상 협조를 잘 해주지 않아 속상했다”며 “사내연애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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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회사처럼 위계적인 분위기가 아닌 데다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는 외부 취재를 동행할 일이 많죠. 아무래도 둘만 함께하는 일이 많아지고 술자리도 자주 갖다보니 정이 쌓이더라고요. 생각보다 오래 만날 수 있었던 건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공개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순조로운 연애를 위해 낫다고 판단했다.
“남들 눈을 피해 몰래 데이트를 하는 것이 굉장히 스릴 있고 재미있었어요. 둘만의 암호를 쓰거나 뭔가 비밀을 공유한다는 즐거움이 있었죠. 하지만 남을 속인다는 생각에 늘 뭔가 걸림돌이 있어 기분이 마냥 유쾌할 수는 없었어요. 누군가 사내연애에 관해 조언을 구한다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사내연애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에요.”
N 씨는 그와 같은 직장에서 2년간 사귀고 다른 직장으로 옮겨 1년을 더 만난 후 헤어졌다. 끝이 나쁘거나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 역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사내연애는 같은 공간에서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어 최적의 연애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꾸 눈에 보인다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G 씨(29)는 입사동기와 3개월 정도 만나면서 연애 기간 내내 ‘자유’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나 회사 가는 것이 즐거울 정도로 좋았어요. 하지만 슬슬 여자친구의 압박이 시작되더군요. 다른 여직원과 웃고 이야기만 해도 당장 메신저로 쪽지가 날아왔어요. 퇴근 후 상사나 다른 동료들과 술자리 한 번 맘 놓고 가질 수 없었고요.”
연애의 시작도 그가, 끝도 그가 먼저 냈다. 그렇게 헤어진 뒤 ‘천하의 나쁜 놈’이 됐지만 연애 기간 내내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욕먹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는 G 씨.
“상대방도 제가 눈에 안 보였으면 그렇게까지 일일이 터치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일단 보이니까 가만있을 수 없는 거죠.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연인 사이에도 지켜야 될 룰이라는 게 있거든요. 즐거운 순간도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도 헤어진 지금은 굴레를 벗어난 것처럼 시원한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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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급하게 가지 않았어요. 몇 달간은 이야기도 잘 안 하면서 다만 슬쩍슬쩍 무거운 걸 들어주거나 음료수를 건네거나 했죠. 그러다 연애를 하게 됐고 지나친 간섭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오래 만나다 보니 ‘아, 이 사람 없으면 어떻게 살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어요.”
그는 결혼 후 이점이 더 많다고 여기고 있다. 일단 출퇴근을 같이 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이점도 많다. 또 업무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내가 이해해주는 면이 많다. 관심사가 같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잘 돼서 대화가 잘 통하는 장점도 있다. L 씨는 “같은 직장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만 서로 지킬 건 지키면서 현명하게 대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7%가 동료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1%는 실제 커플로 발전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사내연애가 득인지 실인지 확실한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랑을 그렇게 계산할 수는 없는 법. 사내연애를 경험해본 모두가 추천하는 한마디가 있다. “일단 쿨하게 즐겨라.”
이다영 프리랜서 dylee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