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무기’ 몸값이 수천만원
▲ 온라인게임이 활성화 되면서 불법 아이템 거래가 늘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
게임 아이템이 거래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남들보다 더욱 강해지고 싶어서다. 게임 속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보다 강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이러한 말도 안되는 거래를 낳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 이들 아이템을 중개해주는 사이트들은 수수료로 한 해에만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와 아이템을 원하는 유저, 그리고 아이템을 공급하는 전문업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정부 역시 여러 가지 규제책으로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탄탄하게 자리잡은 아이템 현금 거래 시장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거래 대상이 되는 아이템들은 크게 게임 상에서 통용되는 게임 머니와 희귀 아이템, 그리고 게임사에서 판매하는 부분유료화 아이템으로 나눌 수 있다. 게임머니는 게임 상에서만 쓸 수 있을 뿐 오프라인에선 어떤 구매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일종의 포인트 개념이다. 이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이다.
게임머니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은 고스톱 포커류 게임이다. 게임머니 거래 기능이 없는 게임이지만, 의도적으로 돈을 잃어줌으로써 거래가 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거래가 많이 되는 장르가 ‘리니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과 같은 MMORPG 장르다. MMORPG는 게임머니 거래 기능이 게임 내에 탑재돼 있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게임 머니를 다른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다. 물론 그에 해당하는 현금은 전문 거래사이트를 통해 주고 받는다. ‘아이템베이’나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아이템 전문 중개 사이트에서 A 게임의 경우 게임머니 1억 원이 실제 현금 5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시세는 늘 변한다.
아이템 현금거래의 꽃은 희귀아이템이다. 주로 MMORPG 장르 게임에서 이뤄지는데, 강력한 무기나 방어장비 등이 거래 대상이다. 이러한 아이템 중에는 등급에 따라 수천만 원에 거래되는 것도 있다. 그야말로 게임 내에서 이들 아이템을 획득하게 된다면 산삼을 캐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다.
그러나 실상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아이템은 그만 한 이유가 있다. 단순히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 아니라 거의 로또 수준의 확률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A라는 강력한 무기 아이템이 있다. 이를 더욱 강력하게 하기 위해서 ‘인챈트(강화)’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문제는 ‘인챈트’ 시 실패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실패할 경우 해당 무기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반면 성공할 경우 해당 무기에 +1이라는 표시가 붙으며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를 반복해 +15 혹은 +16 정도의 아이템이 만들어지면, 그야말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게임 내에 최강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확률을 계산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초 기록을 보면, 모 인기 MMORPG 게임에서 +16 무기 아이템이 처음 등장한 뒤 41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모 직장인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이 아이템을 통해 더욱 많은 금액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차원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임 내에 최고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구입한 것이다.
부분유료화 아이템 거래도 마찬가지다. 게임사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을 되파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물론 게임사에서는 거래를 막고 있지만, 유저들은 허점을 찾아내 이를 다른 유저들에게 되팔고 있다.
이러한 부분유료화 아이템 거래는 주로 저연령층 유저들에 의해 많이 이뤄진다. 이른바 ‘휴대폰깡’을 하기 위해서다. 현금을 챙기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으로 소액결제 한도까지 아이템을 구입해 다른 유저한테 약간 싸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아이템 거래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육성한 게임 캐릭터를 은밀히 판매하거나 아예 알바비를 주고 자신의 캐릭터를 타인에게 맡겨 대리육성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아이템 현금 거래는 철저히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르고 있다. 희귀 아이템의 경우 워낙에 공급이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것이 값이고, 반대로 어느 정도 공급이 이뤄지는 경우는 전문 업자들이 개입해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금거래에 대해 게임사에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현금거래를 막기 위해 게임 내에 희귀아이템의 경우 아예 캐릭터에 귀속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아이템 거래가 적발됐을 시 계정을 압류할 정도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게임사들의 경우 아이템 현금거래를 일정 부분 허용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현금 거래가 활발해지면 게임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 심지어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성화시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삼으려는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