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던 그 손님 알고보니 ‘암행어사’
‘미스터리 쇼퍼’란 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매장을 방문,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점원의 친절도, 외모, 판매기술, 사업장의 분위기 등을 평가하여 개선점을 제안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상품은 물론 서비스의 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매출이 큰 영향을 받게 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직업이다.
외식 전문 미스터리 쇼퍼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에프알엠스(FRMS·Food & Resturarnt Mystery Shopping) 민유식 대표는 “과거에는 (미스터리 쇼핑을) 대형 외식업체와 금융회사, 백화점 등에서 주로 활용하였으나 최근에는 판매업과 중소형 외식 프랜차이즈 등 고객을 대하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스터리 쇼핑은 우선 업체를 이용하는 주 고객에 해당하는 연령의 미스터리 쇼퍼를 모집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전문 교육을 통해 체크리스트를 숙지한 미스터리 쇼퍼는 영업시간에 매장을 방문, 매장 환경과 서비스, 고객 불만 요소 등을 파악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업체에서는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점포를 평가, 점수를 매겨 우수 점포에는 상금 등을 수여해 사기를 진작하고 점수가 낮은 점포에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매출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FRMS는 현재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세계맥주전문점 와바(WABAR), 창작요리주점 와라와라, 죽전문점 참죽 등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업체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한 주점의 가맹점은 미스터리 쇼퍼를 도입, 문제점을 개선한 이후 월매출이 75%까지 성장했다고.
모든 직영점에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있는 와바의 여은주 주임은 “미스터리 쇼핑 결과에 따라 시상제도를 마련, 동기 부여를 통해 하위 점포들의 벤치마킹 점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미스터리 쇼핑 결과물을 전 매장이 공유해 점포 내 개선사항 및 미스터리 쇼핑 결과에 대한 문제점이나 개선방안, 고객 서비스 제고 방안 등을 제안하도록 하는데 이는 와바 전 매장의 서비스 질 개선과 고객만족, 브랜드 가치상승 등 다양한 효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미스터리 쇼퍼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민유식 FRMS 대표는 “전문 교육을 받은 다양한 사람들이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의 80% 정도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점포의 문제점을 꼼꼼하고 세심한 눈으로 살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여성, 그중에서도 주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미스터리 쇼퍼 경력 3년차인 정영미 씨(여·39)는 창업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던 중 ‘미스터리 쇼퍼’라는 이색 직업을 접한 뒤 방향을 전환한 사례다. 전문 교육을 이수한 뒤 그는 한 달에 10~15회 미스터리 쇼퍼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 번에 2만 5000~6만 원 정도 활동비를 받는다.
그는 “무엇보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남편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쇼퍼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하고, 또 정확한 내용을 정해진 시간 내에 알려주는 신속성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예비 창업자가 미스터리 쇼퍼 활동을 경험한 뒤 창업을 하면 실패하지 않는 창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부 정규영 씨(여·43)는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한 지 이제 3개월째 접어드는 ‘새내기’다. 그는 예전에 항공사에 근무했던 경력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미스터리 쇼퍼에 도전했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최근 유행하는 매장을 방문할 수 있고, 스스로도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정 씨는 미스터리 쇼퍼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연기력과 순발력’을 꼽았다. 종업원을 비롯, 운영자에게 신분이 노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다른 일행을 데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하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실력 있는 미스터리 쇼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쇼퍼가 되려면?
미스터리 쇼퍼는 일반 기업체에서 직접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미스터리 쇼퍼를 전담하는 회사 또는 리서치 회사를 통해 모집이 이뤄진다. 따라서 이들 업체에 등록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업체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의 자격을 평가하고 이론과 실기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미스터리 쇼퍼의 자격을 부여한다.
미스터리 쇼퍼는 꼼꼼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면 유리하다. 보고서를 사실감 있게 작성하는 능력과 기업이 지정한 날짜와 시간을 엄수하는 책임감도 필요하다. 현재 서울을 포함, 전국적으로 350여 명의 미스터리 쇼퍼를 배출한 FRMS(http://cafe.daum.net/mysteryshopping)에서는 오는 10월 하반기 교육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비는 10만 원이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