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자들’ 수출 순풍 타고 훨훨
▲ 7월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5포인트(0.16%) 오른 1496.49로 장을 마치며 8일째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의 직원도 상승곡선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현대차그룹주 펀드는 6월 말 기준으로 80% 수익률을 달성했다. 특히 현대차 등 관련 그룹주들이 2분기(4∼6월) 호전된 실적 발표로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 씨는 최근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원금의 두 배인 목표 수익률 100%를 실현할 경우 환매에 나설지 놔둘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최근 ‘5대 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경쟁 기업과 주가 차별화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국내 증시는 연초 이후 전 세계 증시에서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증시의 상승 원동력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특히 5대 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김 씨의 경우처럼 현대차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연초 이후 80%에 가까운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속에서 살아날 업체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 반등과 해외 시장의 선전 덕분에 현대차도 주가 수준에선 글로벌 톱 업체인 도요타와 포드를 넘어섰다.
2008년 초의 주가를 100으로 보고 이후의 주가를 지수화했을 때 현대차는 지난해 3월 50대 초반까지 내렸으나 올해부터 반등하기 시작, 최근 112.8까지 올랐다. 반면 포드는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3월 중순부터 주가가 치솟았으나 지수는 91.2로 현대차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의 도요타도 최근 부진한 실적만큼이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며 최근 석 달 동안 50~60선에서 게걸음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주가 흐름은 관련 기업인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등의 그룹계열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주 펀드가 지난해 말에 출시돼 올해 빛을 본 것이라면, 5대 그룹주 가운데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은 삼성그룹주 펀드다. 이미 2004년 7월에 만들어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 동양투신운용 등에서 출시된 펀드는 16개에 이른다. 이들 펀드에 설정된 금액도 5조 5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이미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삼성그룹주의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 LG SK, 5대 그룹주 펀드들이 잇달아 출시된 것이다. 최근 동부증권은 동부자산운용에 동부그룹주 펀드 상품을 요청했지만 그룹 계열 상장사가 7개로 상장사 수가 10개여야 하는 그룹주 충족 조건을 채우지 못해서 펀드를 출시하지 못했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의 수익률이 40%대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주식형 유형평균(대상 펀드 수 713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인 32%를 조금 웃돈다. 하지만 삼성그룹주 펀드는 최근 2∼3년간의 장기 투자 수익률에서는 월등하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전체 2년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19.43%를 보일 때 삼성그룹주 펀드들은 -4∼-7%대의 손실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수익률 비교에서도 전체 주식형펀드는 28.14%에 그쳤으나 삼성그룹주 펀드는 50%대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삼성그룹주의 장기투자가 높은 성과를 보이면서 올해 삼성투신운용에서 삼성그룹주 펀드가 나오고 한 달 보름 만에 1500억 원이 몰리는 대박 펀드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내외 펀드에서 일부 환매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인기다.
삼성투신운용은 펀드 내에 동일 계열사 주식이 20% 이상 편입되는 것을 제한하는 관련 법규 때문에 그동안 삼성그룹주 펀드를 만들지 못했다. 황금알을 낳고 있는 삼성그룹주 펀드 시장에 삼성투신운용은 그동안 군침만 흘렸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관련 규제가 사라지자 지난 5월 말 삼성그룹주 펀드를 출시했다.
삼성투신운용이 삼성그룹의 계열사이기도 하지만 기존 삼성그룹주 펀드가 시가총액방식으로 일괄적으로 주식을 편입하는 단점을 없애는 운용방식을 채택해 투자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물론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투신운용이 삼성그룹주 펀드를 내놓자 삼성 계열사를 포함한 협력사들에 관련 펀드 가입을 종용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자산총액 순자산 매출액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펀드 종목의 비중을 조절하는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 펀드 운용방식은 기존 펀드에서는 볼 수 없는 한 단계 높은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시가총액방식은 고평가된 주식비중이 높고 저평가된 주식비중이 낮아 적정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어왔는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기업들을 대표하는 그룹주 종목들이 하반기(7∼12월)에도 기업실적과 안정성 측면에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1∼6월)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면서 중·소형주펀드가 괄목할 만한 수익을 올렸지만 변동성이 높아 장기 안정성 측면에서는 대형주 펀드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그룹주 펀드는 앞으로 국내증시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유동성 장세에서 경기 회복과 실적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하반기 유망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수출경쟁력을 갖춘 국내 주요 대기업 주가의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경기 회복 과정에서 가시화된 실적을 보일 수 있는 대형 성장주 중심의 삼성그룹주 펀드 등 5대 그룹주 펀드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도 “성장주로 분류되는 5대 그룹주 펀드 투자는 최근 증시에서 실적장세가 도래함에 따라 단기 투자뿐 아니라 2∼3년 장기투자 관점에서도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