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 접전… 누가 치고 나오나
프로야구가 중간 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9개 구단은 6월 13일 기준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상태다. 야구계는 넥센, 삼성을 포스트 시즌 진출 안정권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3, 4위 싸움. 3위 LG부터 4위 롯데, 5위 KIA, 6위 두산, 7위 SK가 물고 물리는 치열한 순위전을 펼치고 있다.
오승환, 선동열 기록 넘을까 / 최형우 실책 1개…수비 탄탄
32승1무18패, 승률 6할4푼, 팀 타율 2할7푼3리, 팀 평균자책 3.611
투수진 : 선발진에선 ‘토종 트리오’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이 돋보였다. 세 투수는 팀이 거둔 32승 가운데 절반인 16승을 합작했다. 13세이브 평균자책 0.47로 순항중인 오승환은 선동열이 1995년에 세운 33세이브, 평균자책 0.49 기록을 깰 추세다.
타선 : 팀 타율, 팀 홈런, 팀 타점, 팀 도루 어느 것 하나 상위권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득점권 타율이 유일하게 3할대(3할9리)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야수진 : 리그 넘버 원 수비다. 팀 실책 26개는 롯데의 40개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더 놀라운 건 최형우의 실책이 1개에 불과하다는 것.
벤치 : 류중일 감독은 공격야구를 지향한다. 지난 시즌 1점 차 승부에서도 희생번트 지시는 17.6%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은 같은 상황에서 30%에 가까운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전체 희생번트도 37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터닝 포인트 : 5월 3일 롯데전이다. 삼성은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대구 넥센전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몰렸다. 야구계는 “삼성 전력이 예년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3일 롯데전에서 연패를 끊고 내리 8연승을 달렸다.
이택근 등 4명 139타점 기록 / 김민우 사건 상승세에 찬물
32승1무19패, 승률 6할2푼7리, 팀 타율 2할7푼6리, 팀 평균자책 4.32
투수진 : 4월까진 선발은 안정됐고, 불펜이 불안했다. 5월엔 반대였다. 6월은 선발과 불펜 모두 부진하다. 브랜든 나이트, 앤디 벤헤켄 두 외국인 투수는 예년과 달리 대량실점이 잦다. 김병현은 오랜만에 오버핸드로 투구했다. 그러나 공은 심판을 향해 날아갔다.
타선 : ‘이택근-박병호-강정호-이성열’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38홈런, 139타점을 생산했다.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3~6번 타순이다. 하지만, 삼진도 많아 179개의 삼진을 합작했다.
야수진 :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퇴출된 내야수 김민우. 그의 공백을 메우려고 백업 내야수 신현철을 1군으로 올렸지만, 그 역시 무면허 음주 뺑소니란 사실이 밝혀졌다. 넥센 타이어는 ‘안전’을 강조하는데, 넥센 선수들은 음주운전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벤치 :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 초반보다 후반 집중력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 넥센은 7~9회에서 팀 타율 2할9푼3리, 19홈런을 기록했다. 다른 팀들이 넥센만 만나면 “마무리를 투입해도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터닝 포인트 : 5월 26일부터 6월 8일까지 넥센은 1위를 지켰다. 하지만, 6월 9일 김민우의 무면허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며 팀 분위기가 급속도로 식었다.
‘감독님 위해’ 선수들 똘똘 / “류제국이 행운 몰고 왔다”
29승25패, 승률 5할3푼7리, 팀 타율 2할8푼2리, 팀 평균자책 3.70
투수진 : 2002년 이후 LG 투수들은 마운드만 오르면 알아서 배팅볼 투수가 됐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팀 평균자책이 리그 2위를 달리는 데다 선발진 역시 탄탄하다. 놀라지 마시라. LG 불펜진은 올 시즌 유일하게 평균자책 2점대(2.93)를 달리고 있다.
타선 : ‘유망주들의 무덤’이던 LG 타선에 두 줄기 광명이 비췄다. 문선재와 김용의다. 두 타자는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여기다 이병규, 박용택 등 베테랑 타자들도 분전하며 완벽한 신·구조화를 자랑하고 있다.
야수진 : LG의 수비야말로 개과천선이다. 유격수 오지환은 52경기를 치르는 동안 9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2개에 비하면 많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경기수를 소화했을 때 오지환의 실책은 무려 14개나 됐다.
벤치 : LG 선수들은 말한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 꼭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겠다”고. 역대 이런 팀은 없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 대장’으로 불리는 LG 김기태 감독은 2년 만에 팀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터닝 포인트 : 5월 18일 잠실 KIA전에서 패하며 LG는 4연패를 기록했다. 팀 순위도 7위. 하지만, 다음날 류제국이 1군 무대를 밟으며 기적이 연출됐다. 그날 경기를 승리한 LG는 이후 15승5패를 거두며 3위로 점프했다. 김 감독은 “(류)제국이가 행운을 몰고 온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젊은 키스톤콤비 맹활약 / 이재곤 선발 기용 성공적
27승24패, 승률 5할2푼9리, 팀 타율 2할6푼6리, 팀 평균자책 3.93
투수진 : 토종 선발진이 부진한 가운데 크리스 옥스프링, 쉐인 유먼 두 외국인 원투펀치가 분전했다. 두 투수는 팀이 거둔 27승 가운데 13승을 합작했다.
타선 : 홍성흔, 김주찬의 공백이 생겼을 때 롯데 코칭스태프는 “팀 컬러 변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만약 롯데 타선에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었다면 정훈, 김문호, 김대우 등 젊은 타자들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야수진 : 시즌 전만 해도 ‘박기혁-조성환’의 키스톤 콤비를 예상했다. 그러나 시즌이 흐를수록 키스톤 콤비는 ‘신본기-정훈’이 되고 있다. 젊은 키스톤 콤비의 맹활약으로 박기혁, 조성환은 2군에서 펄펄 나는데도 1군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벤치 : “김시진 롯데 감독이 이리 독할줄 몰랐다.” 한 야구해설가의 진담이다. 넥센 사령탑 시절만 해도 김 감독은 정에 약했다. 신참보단 고참을 배려했고,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했다. 그러나 롯데 감독 이후 냉정한 승부사이자, 팀 리빌딩 예찬론자로 변신했다.
터닝 포인트 : 5월 28일까지 롯데는 승률 5할 밑이었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29일 선발투수로 이재곤을 올렸다. 시즌 첫 선발인지라,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결과는 6⅔이닝 무실점 승리투수. 선발진 안정을 되찾은 롯데는 이 경기 이후부터 5할 승률에 안착했다.
포수 도루저지율 최저수준 / 거포 신종길 부상 아쉬워
28승1무25패, 승률 5할2푼8리, 팀 타율 2할6푼6라, 팀 평균자책 4.93
투수진 : ‘최강’이라던 선발진은 양현종을 빼곤 모두 그저 그랬다. 윤석민은 목표가 마이너리그인 것처럼 인상적이지 못한 투구를 계속했고, 마무리 앤서니 르루는 매경기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줄타기 투구를 펼쳤다.
타선 : 시즌 초만 해도 KIA 타선은 ‘핵타선’이었다. 김주찬, 신종길, 김선빈, 이범호, 최희섭이 팀 타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부상자와 개인적 사정이 속출하며 ‘물방망이 타선’으로 추락했다.
야수진 : 포수진의 도루저지율이 낮아도 너무 낮다. 김상훈이 18번의 도루를 허용하고, 도루저지 5번을 기록해 도루저지율 2할1푼7리를 기록했을 뿐, 이성우는 1할6푼7리, 차일목은 1할5푼9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하이패스 수준이다.
벤치 : 선동열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2회 경력의 베테랑 사령탑이다. 하지만, 올 시즌 5월까진 신인감독 이상의 조급증을 나타냈다. 2연패라도 당하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다행히 6월 들어선 일희일비하는 조급함이 사라졌다.
터닝 포인트 : 5월 15일까지 KIA는 4위를 달렸다. 그러나 이날 신종길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팀 성적은 6위까지 떨어졌다. KIA의 한 코치는 “신종길은 최희섭, 이범호를 능가하는 팀 내 비중이 높은 타자였다”며 “만약 신종길이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팀이 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민병헌 등 젊은 타선 두각 / ‘허슬플레이’ 최상급 수비
26승1무28패, 승률 4할8푼1리, 팀 타율 2할8푼5리, 팀 평균자책 4.85
투수진 : 시즌 전만 해도 가장 두터운 투수층을 자랑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웅담 없는 곰이었다. 선발진은 예전같지 않고, 불펜진도 와해 상태다.
타선 : 팀 타율 1위, 팀 타점 2위(267개), 팀 홈런 공동 3위(35개)다. 특히나 민병헌, 박건우, 최주환, 허경민 등 젊은 타자들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김동주, 고영민, 이원석은 추억의 이름이 되고 있다.
야수진 : 허슬플레이는 여전하다. 내야와 외야 가릴 것 없이 리그 최상급의 수비를 펼치고 있다. 수비마저 허물어졌다면 두산은 한화, NC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을 터.
벤치 : 두산 김진욱 감독은 2년째 팀을 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선수단 관리와 작전, 기용은 의문의 연속이다. 역시 1군 감독은 행운보단 준비된 자만이 앉아야 하는 자리인 듯.
터닝 포인트 : 5월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두산 투수 윤명준은 연달아 두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다. 이유는 넥센이 야구 불문율을 어겼다는 것. 야구계는 신예 윤명준의 자의보단 벤치를 배후로 지목했다. 두산 벤치는 빈볼로 팀 분위기를 다잡고 싶었겠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승률 5할5푼3리로 4위였던 팀 성적은 벤치클리어링 이후 승률 4할대로 6위까지 내려앉았다.
6년 연속 KS 후유증 앓나 / 마운드·수비 예전만 못해
23승1무27패, 승률 4할6푼, 팀 타율 2할6푼2리, 팀 평균자책 4.17
투수진 : 성룡의 발차기가 예전같지 않듯 SK 마운드도 과거의 탄탄함과는 거리가 멀다. 류현진과 쌍벽을 이루던 김광현은 아직 전성기 투구와는 차이가 있고, 마무리 박희수는 지난해의 완벽함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타선 : 팀 타율과 타점, 도루 모두 리그 8위다. 타격만 따진다면 NC만도 못하다. 팀 내 3할 타자라곤 최정이 유일하다. SK 전성기를 이끌던 박정권, 박재상, 김강민은 약속이라도 한 듯 타율 2할2푼 이하를 치고 있다.
야수진 : 완벽한 수비를 자랑했던 SK. 그러나 올 시즌엔 팀 실책 37개로 리그 최다실책 4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130경기를 치르며 실책 6개를 기록한 최정은 시즌 절반도 소화하지 못한 현재 9개의 실책을 범하고 있다.
벤치 :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SK의 부진을 두고 많은 이는 이만수 감독의 리더십을 탓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 6년 연속 우승을 다퉜던 팀치고 7년째까지 멀쩡한 팀은 없었다. 다른 팀이라면 진작 하위권으로 추락했을 일이다.
터닝 포인트 : 상위팀의 승리공식은 간단하다. 강팀과의 승부에서 선전하고, 약팀을 상대론 확실하게 승을 챙기는 것이다. 삼성에 2승2패를 기록한 건 호재였다. 그러나 NC에 3승6패로 열세를 기록한 건 악재였다. 6월 6일 마산 NC전에 패한 건 그래서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종호 21도루 등 돋보여 / 나성범 복귀 후 고공행진
19승2무31패, 승률3할8푼, 팀 타율 2할6푼5리, 팀 평균자책 4.39
투수진 : 5인 로테이션이 이상없이 가동하고 있다. 외국인 선발 3인은 시즌을 치를수록 안정감을 찾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자책 5.75을 기록 중인 불펜진의 안정이 중요하다.
타선 : 신생팀임에도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3명이나 된다. 특히나 1번 타자 김종호의 분투가 돋보인다. 만약 21도루로 이 부문 2위를 달리는 김종호가 도루왕에 오른다면 사상 최초의 신생구단 데뷔 시즌 타자 부문 개인 타이틀 수상자가 될 것이다.
야수진 : 시즌 초 사회인 야구 수비를 선보였던 NC 야수진은 1군 경험을 쌓을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유격수 노진혁은 1군 데뷔 시즌임에도 49경기에 출전해 단 3개의 실책만을 기록했다.
벤치 : NC 김경문 감독은 시즌 전 “승률 4할 이상은 기록할 것 같다”고 자신했다. 야구계 주변에선 “지나친 기대”라고 말했지만, NC는 현재 3할 후반대 승률을 기록 중이다.
터닝 포인트 : NC 성적은 나성범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개막전부터 5월 5일까지 나성범이 부재할 때 NC는 6승1무18패 승률 2할5푼으로 부동의 꼴찌였다. 하지만, 나성범이 복귀한 6일부터 6월 13일까지 NC는 13승1무14패 승률 4할8푼1리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했다.
류현진 없어 예고된 참사 / “김 감독 쌍팔년도 야구”
16승1무35패, 승률3할1푼4리, 팀 타율 2할5푼5리, 팀 평균자책 5.74
투수진 : 예고된 참사였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하자 야구전문가들은 “한화 마운드가 급격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니 바티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은 투수 역할을 연기하는 탤런트처럼 보일 정도로 부진하다.
타선 : 올 시즌 가장 정확성이 떨어지고, 가장 힘이 부족하며, 가장 느린 선수들로 구성됐다. 팀 타율, 팀 홈런, 팀 도루 모두 바닥이다. 모 팀 코치는 “한화 타자 중 상위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는 김태균밖에 없다”고 평했다.
야수진 : 프로야구 사상 가장 느리고, 수비력이 떨어지는 외야다. 다른 팀이면 호수비로 끝날 타구가 2, 3루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벤치 : 천하의 김응용 감독도 성적 앞에선 도리가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에 빛나는 대감독이지만, 야구계로부터 “쌍팔년도 야구를 한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누가 김 감독의 답답한 속마음을 알랴.
터닝 포인트 : 5월 30일 잠실 LG전에서 한화는 7회까지 3 대 0으로 앞섰다. 그러나 8회 불펜진의 난조로 대거 5실점하며 3 대 5로 역전패했다. 마무리 송창식마저 무너진 터라, 한화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