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한번 앓고 나면…회복력 면역력 업
▲ 지난달 연례 협의차 방한한 IMF협의단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그러나 IMF는 한달여 후 다시 -3%에서 -1.8%로 상향조정했다. -연합뉴스 | ||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자 IMF는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률을 낮췄다. 이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조금씩 상향조정했지만 한국의 경우처럼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올린 국가는 없었다. IMF는 “한국이 정부 당국의 신속한 금융시장 안정정책과 확장적인 통화·재정정책, 원화 약세 및 유가하락에 따른 경상수지의 대폭 흑자 전환 등에 힘입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수출·산업생산·서비스업 등의 경제활동도 지난해 말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고 밝혔다. OECD는 ‘경기선행지수(CLI) 보고서’에서 한국의 6월 CLI가 100.7로 지난달(98.9)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9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CLI는 6개월 후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넘어설 경우 불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국민들이 느끼기에 아직 한국경제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고, 심지어 더 악화되고 있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제 경제기구들이 한국경제를 높게 평가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한국의 위기극복 ‘학습효과’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외환위기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빠르게 이겨냈다”면서 “현재 세계 모든 나라들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정책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가 가장 빨리 위기를 탈출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이러한 전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소개한 한국과 국제 경제기구를 둘러싼 ‘비사’가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였던 1990년대 초까지 국제 경제기구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것은 ‘승진 코스’로 꼽혔다는 내용이다.
윤 장관은 “과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못한 것 같은 동료들이 자기보다 빨리 승진하는 것을 보고 이해를 못해서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다고 한다. ‘도대체 저 친구들이 왜…’ 하면서 이유를 알아보니 공통적인 점이 한국 태스크를 맡았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뗀 뒤 설명을 이어갔다.
보통 국제기구에서 자금을 지원할 때 해당국 공무원들은 ‘너희들이 필요해서 돈 주러 온 것 아니냐’면서 준비를 하나도 안했고 한다. 반면 한국에 오면 공무원들이 차트를 다 만들어서 설명하고, 영어로 된 자료까지 만들어서 넘겼단다. 담당자들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용어로만 단어 몇 개 수정하면 될 정도였다는 것. 대접도 극진했다. 게다가 한국에 자금을 지원하면 진행이 아주 훌륭했다. 당시 횃불을 들고 나가서 밤새 도로를 만들 정도였으니까 집행속도가 무조건 빠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 장관은 “국제기구는 자신들의 실적에 따라서 승진이 된다. 그런데 한국은 이처럼 계획이나 집행이 다른 나라보다 좋으니까 한국을 맡으면 바로 승진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자금을 지원하면 허투루 쓰지 않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니 담당자들은 물론 국제 경제기구들로서는 믿음과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 같지만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보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상당수 국가들은 국제 경제기구들로부터 매년 자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개발은커녕 국민들의 생존마저 위험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아프리카 지원이 오히려 아프리카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위상이 바뀐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 각국과 국제 경제기구들은 이 점을 상당히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