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결단이냐 ‘책임 회피’ 꼼수냐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자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그간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허명수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는 전문경영인인 임병용 대표가 물려받았다. 지난 1991년 LG구조조정본부에 입사해 LG텔레콤 임원을 거쳐 (주)GS에서 사업지원팀장 및 경영지원팀장을 지낸 신임 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GS건설 경영지원총괄 대표이사(CFO·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해 왔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최근 경영상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오너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린 만큼 대규모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GS건설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허 대표와 동시 사임한 우상룡 해외사업총괄(CGO) 외에도 추가로 4명의 해외 사업 담당 임원을 사실상 경질했다. 자진 사임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해외 사업 부진에 따른 문책성 경질이다.
GS건설은 이와는 별개로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업무 전환배치 조치도 들어갔다. GS건설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로 인력 과잉이 발생하고 있는 건설사업 쪽 인력을, 반대로 인력 부족인 플랜트사업 쪽으로 1차 60~70명을 전환 배치했다”며 “이들은 6주간의 교육을 받고 실전 배치되며 1차 배치 후에 곧 2차 전환배치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측은 분위기 쇄신 차원의 조직개편 필요성을 인정하며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은 알지 못하나 연말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사상 첫 분기 기준 적자를 낸 지난해 4분기에도 건축사업본부와 주택사업본부를 건축·주택사업본부로 통합하고 임원의 10%를 감축한 바 있다. 더욱이 올해는 오너 대표 퇴진까지 불러 온 ‘어닝 쇼크’ 상황까지 더해 최악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에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인적 구조조정이 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앞서 GS건설은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6744억 원, 하반기 1244억 원 총 7988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 단위로 사상 최초의 적자 해가 될 것이라는 게 GS건설 측 설명이다.
허명수 전 대표이사(맨 왼쪽)가 2012년 5월 3일 ‘olleh plex, KT 공간 나눔의 첫번째 이야기’ 행사에 참석한 모습.
이 같은 대규모 손실에 대해 법무법인 한누리는 어닝 쇼크가 아닌 이 회사의 분식회계 탓이라는 문제제기를 했고, 이를 이어 받아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월 30일 금융감독원에 GS건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에 대해 특별감리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감리란 외부감사법에 따른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당국이 재무제표 등을 집중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GS건설의 예정원가와 실제원가 간 차이는 이미 2012년에 상당부분 발생했으나, 이런 차이를 즉시 반영하지 않다가 2012년 4분기에 일부를, 그리고 올해 1분기에 상당부분 인식해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거액의 예정원가 변경이 3개월 만에 급격히 일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며, 특히 거액의 손실이 인식된 3개 해외 사업장의 지난해 말 진행률이 대략 85% 정도인 상황에서 남은 원가예정액이 증가했더라도 1분기 만에 이렇게 급증한 것은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GS건설 측은 “건설업 회계 기준에 근거해서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GS건설에 대한 특별감리(혐의감리) 실시 여부를 이달 내에 결정할 예정으로, 현재 GS건설 측으로부터 1차 소명에 이어 2차 소명 자료를 받고 있다. GS건설의 분식회계 논란과 함께, 허 대표의 퇴임 시점도 논란거리다.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5월 30일 금감원에 분식회계 혐의로 감리요청서를 제출하고 13일 후에 허 대표가 사임했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허 사장이 최근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GS건설 CEO 교체 공식
위기상황 재무통 투입
지난 1998년부터 GS건설의 역대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으로 추적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998년 LG화재해상보험(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민수기 대표는 LG건설(현 GS건설) CEO로 온다. 민 대표는 2002년 3월까지 CEO로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당시 CFO는 김갑렬 부사장이었다.
2002년 3월 CFO였던 김갑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CEO를 맡게 되고, CFO는 최근 대표이사를 사임한 허명수 전 대표가 맡았다. 이어 2005년 분가 후 사명이 GS건설로 바뀐 가운데 2008년 12월 당시 CFO였던 허명수 사장은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된다. 지난 12일 인사에서는 CFO였던 임 대표가 CEO로 자리를 바꿨다.
여기서 ‘공식’ 두 가지를 찾을 수 있다. 모두 전직 CFO 내지는 ‘재무통’이 CEO 자리를 꿰찼다는 점과, CFO가 CEO로 변신한 그 시점이 모두 위기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1998년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였고, 2002년은 ‘카드대란’을 겪을 때며,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때다. 이를 통해 봤을 때 위기 상황에서 재무통을 긴급 투입하는 방식이 이른바 ‘GS건설 스타일’인 셈이기도 하고, GS건설이 지금 현 상태를 위기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위기상황 재무통 투입
2002년 3월 CFO였던 김갑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CEO를 맡게 되고, CFO는 최근 대표이사를 사임한 허명수 전 대표가 맡았다. 이어 2005년 분가 후 사명이 GS건설로 바뀐 가운데 2008년 12월 당시 CFO였던 허명수 사장은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된다. 지난 12일 인사에서는 CFO였던 임 대표가 CEO로 자리를 바꿨다.
여기서 ‘공식’ 두 가지를 찾을 수 있다. 모두 전직 CFO 내지는 ‘재무통’이 CEO 자리를 꿰찼다는 점과, CFO가 CEO로 변신한 그 시점이 모두 위기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1998년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였고, 2002년은 ‘카드대란’을 겪을 때며,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때다. 이를 통해 봤을 때 위기 상황에서 재무통을 긴급 투입하는 방식이 이른바 ‘GS건설 스타일’인 셈이기도 하고, GS건설이 지금 현 상태를 위기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