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무서운 건 ‘사람’
‘그녀의 웹툰대로 살인이 벌어진다’는 설명 문구는 마치 일본 만화 <데스노트>처럼 주인공이 적는 대로 살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진부한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스토리가 탄탄하다. “이야기가 있는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용균 감독의 말처럼 내용 없는 호러물이라기보다는 귀신이 등장하는 스릴러물에 가깝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 말 못할 과거를 지니고 있다. 잔혹한 과거를 지닌 이들의 사연은 지윤의 웹툰을 통해 발설된다. 그들은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모두 악을 선택했다. 하지만 진정 소름을 느끼는 부분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그들의 선택에 공감하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지윤이 “모두에게 이런 사연 하나쯤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 웹툰> 시사회에 참석한 이시영(왼쪽)과 엄기준. 이상민 기자
또한 영화는 마치 호러 웹툰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올 정도로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피해자들의 에피소드들을 웹툰으로 보여주면서 영화는 마치 ‘움직이는 웹툰’ 같은 새로운 연출을 선보였다. 공포영화 <분홍신>으로 아름다운 연출력과 탄탄한 스토리를 선보였던 김용균 감독의 실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기발한 발상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한국 공포영화의 고전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이다. 공포영화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사연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서 끌고 가던 갈등과 사건이 일순간 주인공의 눈물로 설명되는 것은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 기묘한 세계를 보여주는 놀이기구를 타고난 듯한 기분으로 극장 밖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