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빼는 매운맛이 달콤한 매출 비법이죠
▲ ‘신떡’의 이민화 사장은 신떡을 한 번 맛본 손님은 계속 찾는다며 ‘마약 떡볶이’라는 별칭을 얻었다고 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떡볶이는 왜 가게마다 다른 맛이 날까요. 만드는 사람의 혀와 손끝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나 한결같은, 맛있는 떡볶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자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요? 신떡은 바로 그런 음식점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달착지근한 양념이 아닌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맛의 떡볶이 ‘신(辛)떡’을 어디에서나 똑같이 맛볼 수 있는 곳. 바로 이민화 사장이 운영하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떡볶이 전문점 신떡’이다. 신떡 떡볶이에 들어가는 소스는 분말 형태이기 때문에 적게는 1인분부터 많게는 수십 인분까지 똑같은 맛을 낼 수가 있다고 한다. 청량고춧가루와 후추, 마늘, 생강 등 20여 가지의 재료로 만들어지는 소스는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가맹점에 공급된다.
떡볶이의 매운 맛을 강조한 붉은색의 깔끔한 카페형 점포는 10~20대 젊은 층뿐만 아니라 30~40대의 중장년층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비결이라고.
“어린 시절은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즐겨먹는 음식이 바로 떡볶이 아닙니까. 여기에 남들과 다른 독특한 맛을 내세우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일찌감치 그의 마음은 창업시장에 가 있었단다. 그러나 떡볶이 전문점을 차린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렸다고. 잔돈 몇 푼만 있으면 길거리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는데 누가 굳이 점포를 찾아오겠느냐며 혀를 찼다고 한다.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99년 고향인 대구 동성로에 2000만 원을 들여 20㎡(6평) 규모의 작은 떡볶이 가게를 열었다. 당시 메뉴는 아주 매운 떡볶이 ‘신(辛)떡’ 하나. 시간이 지나도 불지 않는 떡과 맛있는 매운 맛 소스를 개발하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개업 후 6개월까지 성적은 초라했다. 너무 강렬한 매운 맛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감을 표한 것. 하루매출은 고작 10만~20만 원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단념하지 않았다. 손님이 없어도 새벽 3시까지인 영업시간은 반드시 지켰다. 일이 없다고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떡볶이와 어울리는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독하게 매운 맛이 이상하게 생각나더라”며 다시 찾아오는 고객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는 단골도 생기고, 한 번 맛보면 발걸음을 끊을 수 없다며 ‘마약 떡볶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새벽까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일평균 매출은 200만 원을 넘어섰다. 그는 “조그만 점포의 매출이 한순간에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자 이를 의아하게 여긴 세무서에서 조사를 나오기도 했다”고 웃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업계에선 낯선 배달 서비스도 매출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단다.
주 고객인 젊은 층이 인터넷상에 신떡을 소개하고 입소문을 내면서 가맹사업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2003년, 대구지역 가맹점이 15곳을 넘어서자 그는 전국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별다른 광고가 없었지만 기존 가맹점주와 지인을 통해 가맹점 수는 90여 개로 늘어났다고.
가맹점 수의 증가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신떡’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대구에서 생산되는 주요 식자재(떡 어묵 만두 등)를 사용해야 하는데, 물류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전국 가맹점으로 유통시키기가 쉽지 않았던 것. 대구에서 직접 냉장차량으로 배송을 하니 매달 500만 원 이상의 물류 적자가 발생했다. 결국 2005년 대구와 경기도 광주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나서야 유통 문제가 해결됐다. 가맹점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메뉴의 폭도 넓어졌다.
“대구지역은 매운 맛이 강세지만 서울·경기지역은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등 지역에 따라 맛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씩 다르더군요. 그래서 매운 맛을 바탕으로 다양한 맛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매운맛이 강한 ‘신떡’은 대구·경상권에서,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의 ‘매떡’은 서울·경기권에서, ‘짜떡’(매콤한 짜장)과 ‘카떡’(매콤한 카레)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단다. 김밥과 우동 등 부메뉴도 고추를 넣어 매운맛을 강조하고 있다.
매운 맛을 중화시켜주는 곁들이 메뉴도 인기라고 한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튀오뎅, 튀만두, 토스트와 유제품(쿨피스), 주스류 등이 있는데 얼얼한 속을 달래기 위해 고객들의 주문이 이어진다고. 떡볶이와 튀오뎅, 튀만두, 김밥, 음료 등으로 구성된 6000~7000원의 세트메뉴는 손님 입장에서는 다양한 메뉴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고, 운영자 입장에서는 테이블 단가를 높여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개설된 신떡 가맹점 수는 122개로 가맹점 일평균 매출은 55만~60만 원 선을 기록하고 있단다. 이 사장은 “가맹점 개설과 관련해 전화 상담을 하다보면 본사가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차별화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구 생산 공장을 지켜야 한다는 점, 서울로 본사를 옮길 경우 높은 고정 비용이 발생해 결국 가맹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창업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수하기 어려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10년 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자신의 떡볶이처럼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꿈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