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게 폭로하더니 어느새 ‘수비모드’
차기 당권주자 반열에 올라있고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파문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일요신문DB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는 지난 4월 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재입성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차기 당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심지어는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그가 “회의록을 봤고, 차마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는, 큰 말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국정원이 일반문서로 분류하기 전이었으니 회의록 사전 유출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어떻든 입수 경로의 진실을 그 스스로 밝혀야 해 곤혹스런 처지다.
새누리당의 영남권 한 의원은 “아무리 비공개라고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무용담을 그렇게 용맹스럽게 떠들 수 있나. 그간 설화로 좌초한 인물들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해 고개를 들기 민망하다”며 “김 의원의 거친 입은 앞으로 정치행보에 건건이 주홍글씨가 될 것”이라고 혀를 찼다. 누군가 언론에 흘렸다는 것은 김 의원에 대한 견제세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김 의원과 ‘세트’로 궁지에 몰린 또 다른 인물은 바로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이다. 김재원 본부장이 김무성 의원의 ‘회의록을 사전에 봤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린 당사자 여부인지를 떠나 일단 국민이 그렇게 믿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에 임명됐던 그는 당일 저녁 기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사석에서 한 말도 정보보고 하느냐”며 욕설을 하는 바람에 하루 만에 대변인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TK(대구·경북) 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07년부터 박 대통령의 대변인 또는 법률자문이었던 김재원 의원이 그 욱하는 성격과 입을 관리 못해 완전히 트러블메이커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이제는 극복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해 대변인 사건 이후 언론과의 관계 회복이 되지 않았고, ‘기자에게 욕할 수 있는 용감무쌍한 의원’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큰 난관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김무성 의원에게 해명하는 과정에서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입니다.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굴욕·조폭 김재원’이라는, 망신살 뻗친 별칭까지 얻었다.
울상은 짓고 있지 않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공의 적이 된 인물은 바로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다. 이번 NLL 관련 회의록 공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선 그냥 넘어가야 할 사안, 아무리 상대가 공격해도 입 다물고 있어야 할 사안, 즉 판도라의 상자를 서 위원장이 연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5월 해외출장 때 서 위원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한 것에 서 위원장이 맘이 많이 상했다. 선의로 한 일이 역공으로 돌아왔으니 정보위원장으로서 어떻게든 힘을 써보려 한 것이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NLL 대화록 공개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거세지면서 김재원 의원(왼쪽)과 서상기 의원도 궁지에 몰렸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정치권에선 이번 사안을 ‘피를 볼 때까지 멈추지 않을 사안’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기록물까지 까발려진 상황이어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살생 정국이 발발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이슈의 특성상 여야가 타협하거나 협상을 할 사안을 넘어섰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노무현의 사람들이 재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NLL 논란에서 거론된 정치인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열리거나 ‘NLL 특검’까지 가게 되면 정치생명이 끝날 사람도 여럿 나오리라 예측했다.
정치권의 한 정보통은 “박근혜 대통령도 깜깜한 정국에 답답해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캠프 때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회의록 사전 유출 이용자로 분류됐고,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현 주중국 대사도 ‘집권하면 (회의록을) 깔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모두 청문회나 특검 증인으로 나온다든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사를 거론하게 되면 새누리당이 쑥대밭이 될 것이란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NLL 정국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치적 스탠스를 넓혀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으로선 어떻게든 진실을 알리는 수비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정상회담준비위원장으로서 문 의원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발언 수위를 높일수록 언론의 주목도가 커질 것이란 이야기다. 또한 어부지리로 안 의원의 새정치 내지는 구정치의 타파가 회자돼 독자세력화에 힘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최근 “(회의록을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 그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NLL 정국을 새누리당이 어떻게 선회하거나 빠져나가는가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여부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미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가 ‘전략적 무뇌 상태’란 이야기가 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차기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이 미끄러지면서 당권 주자로 누가 나설지 많은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
새누리당 퇴로 찾기 고심
“이쯤에서 덮자” vs “사과·해임하라”
새누리당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파문의 출구전략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그간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의 퇴로를 고심하던 황우여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한목소리로 NLL 수호 의지가 변함없음을 국민 앞에 밝히면 북한도 이 문제를 갖고 무슨 합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못하고 여러 가지 긴 말이 정리될 것이니 우리 영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은 여야 공동선언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여야 한목소리를 강조한 것을 두고 “이쯤에서 문을 닫자. 이쯤에서 덮자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를 전격 합의하면서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새누리당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이 10월 재·보궐 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와 국정원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청와대의 재가 혹은 교감 없이는 국정원 자체적으로 회의록을 꺼내 보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실록을 열어 본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역사 기록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라는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정쟁의 주도권을 쥐려고 외교문서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꽤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정치권 인사도 “박근혜 정부를 지지했던 중도층의 이탈이 점쳐진다”는 평을 내놨다. 최근 만난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말도 했다.
“이번 사안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은 저쪽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은 후임자, 후계자를 찾는 데 관심도 없고, 19대 국회 새누리당 의원들의 경쟁력도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차고 넘친다. 이들이 입을 모아 정부와 집권 여당에게 대들기 시작하면 언론도 조금씩 스포트라이트를 민주당에 비출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사과, 국정원장의 해임이나 사퇴, 관련자 제명 등 야권과 국민이 수긍할 만한 대책을 새누리당이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나아가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이참에 완벽하게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국정원이 앞으로 정치적 개입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CIA처럼 거듭나는 방안을 새누리당 스스로 고민해야만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NLL 문제만큼은 특별법을 만들어 예외조항을 두고 여야가 진실을 찾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대통령기록물 공개의 예외사례를 합법화하면서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란 이야기다.
선우완 언론인
“이쯤에서 덮자” vs “사과·해임하라”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가 6월 28일 긴급 회견을 갖고 “NLL 수호 의지를 담은 여야 공동선언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준필 기자 jpchoi85@ilyo.co.kr
여야 한목소리를 강조한 것을 두고 “이쯤에서 문을 닫자. 이쯤에서 덮자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를 전격 합의하면서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새누리당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이 10월 재·보궐 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와 국정원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청와대의 재가 혹은 교감 없이는 국정원 자체적으로 회의록을 꺼내 보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실록을 열어 본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역사 기록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라는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정쟁의 주도권을 쥐려고 외교문서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꽤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정치권 인사도 “박근혜 정부를 지지했던 중도층의 이탈이 점쳐진다”는 평을 내놨다. 최근 만난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말도 했다.
“이번 사안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은 저쪽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은 후임자, 후계자를 찾는 데 관심도 없고, 19대 국회 새누리당 의원들의 경쟁력도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차고 넘친다. 이들이 입을 모아 정부와 집권 여당에게 대들기 시작하면 언론도 조금씩 스포트라이트를 민주당에 비출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사과, 국정원장의 해임이나 사퇴, 관련자 제명 등 야권과 국민이 수긍할 만한 대책을 새누리당이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나아가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이참에 완벽하게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국정원이 앞으로 정치적 개입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CIA처럼 거듭나는 방안을 새누리당 스스로 고민해야만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NLL 문제만큼은 특별법을 만들어 예외조항을 두고 여야가 진실을 찾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대통령기록물 공개의 예외사례를 합법화하면서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란 이야기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