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쪽 증인의 ‘반전’ 법정 술렁
지난 6월 25일 박찬구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10차 공판이 열렸다. 임준선 기자
변 전 팀장은 박찬구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시종일관 금호아시아나 측 지시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업무지시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만약 변 전 팀장의 진술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박찬구 회장 비자금 수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강조해온 금호아시아나그룹 측 주장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변 전 팀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법무팀 지시로 서울화인테크에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또 “원료 납품과 관련한 비리 여부 등은 박찬구 회장이 해임된 이후(2009년 7월) 그룹(금호아시아나) 법무팀장이 직접 조사해 보고하라고 수차례 업무지시를 했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 법무팀장이 나무박스 납품업체 사장들에게 (박찬구 회장의 비위 사실에 대한)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서 ‘박찬구 사장의 지시에 의거’라는 부분을 반드시 넣으라고 했고, 관련 확인서도 메일로 보내왔다”고 진술했다.
변 전 팀장의 말을 종합하면 금호아시아나 측이 박찬구 회장의 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금호석유 측은 지금껏 2009년 7월 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가 경영 일선에서 동반 퇴진하는 등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 측이 박찬구 회장을 몰아내고 금호석유의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해 박찬구 회장에게 비자금 조성 혐의를 씌우고 검찰에도 고발했다고 주장해왔다.
금호석유 측이 그토록 바라던 계열분리가 사실상 이뤄졌음에도 금호석유 측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있는 것도 아직 박찬구 회장에 대한 재판을 비롯해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측은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이제는 서로 각자 갈 길을 잘 가면 된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변 전 팀장의 진술에 따라 박찬구 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과연 금호아시아나 측이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변 전 팀장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서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채 서명했다”고 말해 법정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본인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수사관도 바쁜 표정이 역력했다는 것. 게다가 수사관이 조서는 나중에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한 데다 변 전 팀장 본인 역시 법정에서 진술하는 편이 오히려 더 정확하겠다는 생각에 서명부터 했다는 것이다. 일부 수정된 조서를 두고 검찰 측과 변 전 팀장 사이에 공방이 일기도 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변 전 팀장의 진술이 검찰 쪽에 다소 불리하게 진행되자 검찰 측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 검찰 측 증인 심문이 채 끝나지 않은 박찬구 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공판은 변호인 측 증인 심문까지 모두 마쳐야 마무리된다. 검찰 측 증인 심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 올해 안에 1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