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에누리 있다... 협상하라
▲ 은행 상담창구에서 상담받고 있는 고객. 왼쪽 하단 작은 사진은 박혜정씨.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먼저 은행·은행원과 친해져라. 은행원 출신인 박혜정 씨는 “은행에 자주 가고 은행원과 친하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은행원이 재량껏 고객에게 더 줄 수 있는 혜택들을 공개했다.
무엇보다 솔깃한 것은 예·적금 금리가 ‘협상’ 가능하다는 점. 은행원은 일정 범위 안에서 금리를 조정해 고객에게 이자를 더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4.0%가 제한선이고 3.5%가 기준 금리라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은행원은 3.6%~3.8% 정도로 금리를 올려줄 수 있다. 인터넷 등을 이용해 미리 시중의 금리 정보를 알아보고 은행에 가면 더 좋은 조건으로 금리를 흥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금 유치를 단기간에 늘려야 하는 지점에서는 아예 ‘노마진’까지 금리를 끌어올린 특판 예금을 판매하기도 한다니 여러 지점을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대출 금리는 더 낮출 수 있다. 박 씨는 결혼이나 집장만 등 목돈을 써야 할 계획이 있다면, 평소에 제1금융권과 많은 거래를 하라고 조언했다. 시중은행은 제2금융권과 비교해 대출 금리가 훨씬 낮다. 거기에 VIP 고객이 되면 대출 한도도 늘어나고, 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VIP 고객이 되는 데 은행 거래 액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단다. 평소 급여통장을 사용하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발급받거나 인터넷 뱅킹을 신청해 사용하면 된다. 적금이나 펀드, 청약저축 등 거래 상품을 늘리는 게 좋다. 박 씨는 “주거래 은행을 정하고 많은 거래를 하다보면 VIP가 되는 건 생각보다 쉽다”고 전했다.
요즘 급여통장이 좋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은행급여통장은 거래 수수료 감면과 대출금리 감면, 은행거래 점수 부여 등의 혜택이 있다. 한데 급여가 불규칙한 사람이나 자영업자, 수입이 없는 주부라도 급여통장을 만들 수 있단다. 통장을 만들 때 급여이체 날짜를 지정해 놓은 후 일정금액 이상을 본인이 직접 은행 급여통장에 이체해 입금시키면 급여통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은행마다 급여의 기준 금액이 다르고, 혜택도 다르니 비교한 후 만들어 이용하면 편리하다.
은행을 이용할 땐 조심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많은 이들이 손쉽게 이용하는 마이너스통장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대출’이다. 그 금리는 연장할 때마다 매년 오른다.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기도 힘들다. 금액과 일수에 따라 이자가 나가기 때문에 혼자서 전체 이자를 계산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은행은 부담 없이 금리를 팍팍 올릴 수 있다. 은행은 이런 위험한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먼저 권유하기도 한다. 그렇게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아서 사용하다 연체하게 되면, 돈도 모이지 않을뿐더러 신용등급도 하락한다.
연체와 관련, 박 씨가 가장 경고하는 것은 ‘소액 장기 연체’다. 고액 단기 연체보다 소액 장기 연체가 더 위험하다는 것. 신용조회를 하면 예전 연체한 금액은 나오지 않고, 연체한 일수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오랫동안 남는다. 나중에 목돈을 쓸 일이 생기거나 카드를 발급받을 때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은행에서 펀드나 보험에 가입할 때 많은 이들이 은행원이 추천하는 상품에 가입한다. 그러나 은행이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은행에서는 될 수 있는 한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권하려 하겠지만, 수수료가 많이 떨어지는 상품을 팔아서 마진을 남기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은행으로 가는 수수료가 많을수록 고객이 받는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잘 살펴야 한다.
펀드와 같은 금융 상품을 고를 땐 설계서나 계약서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자. 박혜정 씨는 “투자는 결국 자기 책임”이라며 “투자할 때는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원이 개인적으로 가입하거나 구입한 상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참고하면 더 좋다. 박 씨는 “계약서나 카드 등 은행원이 가지고 있는 상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금 대출금리 협상의 실제
맡길 땐 당당하게 빌릴 땐 끈질기게
고객 : 1000만 원 있는데 1년쯤 묵혀 둘까 하는데요. 금리는 얼마까지 해줄 수 있나요(단순히 금리가 얼마냐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얼마까지 해줄 수 있느냐’는 어감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은행원 : 네, 저희 은행의 1년 예금금리는 4%입니다.
고객 : 겨우 4%라구요? 너무 낮다~~.
은행원 : 잠시만요, 제가 좀 더 드릴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이쯤 되면 은행원은 우대금리에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반응을 살피게 된다).
고객 : ○○은행에서는 4.5% 준다고 하는데요, 여기가 주거래은행이라 이리로 온 건데, 금리 좀 잘해주세요.
은행원 : 그러면 제가 특별히 승인받아서 4.6%로 해드릴게요. 다른 은행은 정말 이렇게 못 해드릴 거예요.
만약 담당 은행원이 금리를 더 줄 수 없다고 한다면 다른 은행원에게 말해보라.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지점에서 한 번 더 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그제야 그 금리가 은행에서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금리가 맞다고 믿어도 된다.
대출 금리도 움직일 수 있다. 은행원이 대출 한도와 금리를 말하면, 그때부터 또 ‘협상’이 가능하다. 당당하게 본인의 열정과 성실함을 내세워 금리를 조금이라도 깎아 보라. 이도 저도 내세울 게 없다면 “그냥 깎아달라”고 애원이라도 해보자. 한 번 결정된 금리는 1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대출 금리를 정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황태준 인턴기자 hereweg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