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일부라도” vs “어림없다” 산은
한화는 지난해 11월 대우조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총 인수금액의 5% 수준인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냈지만 세계적 금융위기로 회사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올해 1월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가 결렬되자 한화는 이행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산은금융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한화는 지난 6월 19일 산은금융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대우조선 지분 인수와 관련한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
한화와 산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3차례의 조정을 거쳐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소송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화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사도 하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한 만큼 일부라도 되돌려 받길 원하고 있다. 반면 산은금융은 무산된 주원인이 한화의 자금 문제였기 때문에 전혀 반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데 최근 민유성 산은금융 회장이 사석에서 “(한화와의 이행보증금 소송이) 잘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소송 중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화는 비록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했지만 신성장 동력 발굴이 그룹 핵심 과제다. 대형 M&A를 위해 한 푼의 실탄이라도 모아두어야 할 시점에 ‘생돈’ 3150억 원을 날리게 생긴 한화로서는 반환 청구 소송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