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요금, 고속버스 요금 등을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공공요금 인상이냐며 눈살을 찌푸릴 일이지만 그동안 적자를 감수해왔던 정부나 지차체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저공비행하는 지금이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2011년 4.0%나 급등하며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했다. 특히 당시 쌀과 라면, 전기료 등 생활물가는 4.4%나 올랐고, 각종 채소와 생선 등 신선식품물가는 6.3%나 급등했다. 그렇게 껑충 뛰었던 물가는 2012년 들어 하락세를 타더니 올해 들어서는 1%대에 머물고 있다. 올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5%였으나 2월 1.4%, 3월 1.3%, 4월 1.2%로 하락했고, 5월과 6월에는 1.0%를 기록 중이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1월 0.8%에서 6월 0.3%로 떨어졌고, 신선식품 물가는 5월과 6월에 각각 -1.9%와 -2.2%를 기록하며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 일각에서도 ‘공공요금 인상론’이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6월 13일 있었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지금이 공공요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라며 “적절한 일정을 세워 공공요금을 현실화한다면 최근 급락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탄화할 수 있고, 추후의 인상 요인을 미리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이를 정부 측에 적극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과 경기침체)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안도 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라는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9월(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최근 저물가 상황은 드문 일”이라며 “저물가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서 공공요금을 지금 인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적지 않다. 특히 그동안 정부에 의해 공공요금 인상이 억눌러져왔던 지자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인상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16개 지자체 중에서 9개 지자체가 공공요금을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 1일 택시요금을 기본요금 기준 300~500원 올렸다. 경상남도는 지난 6월 20일 현행 2200원인 기본요금을 2800원으로 올리고 거리운임을 143m로 하는 조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경남지역 시와 군은 1일부터 줄줄이 택시요금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도 택시업계의 인상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9월 초에 택시요금을 인상키로 하고 구체적인 인상안 마련에 들어갔다.
충청북도와 충청남도, 전라남도는 버스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버스업계가 청주 지역 27.9%, 충주·제천 지역 22.9%, 농어촌버스 26.9%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충남은 농어촌버스 29.9%, 시내버스 31.0% 인상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전남은 버스요금을 24.5% 올리는 안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는 춘천이 7월부터 상하수도 요금을 각각 9.76%와 9.66% 올렸고, 원주는 하수도 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내년 6월 14일 지방선거가 잡혀있다 보니 각 지자체장들이 선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요금을 올해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 게다가 올 들어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점도 공공요금 인상에 나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1년 소비자 물가 급등시 정부의 제지로 공공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했다는 핑계도 있어 정부에서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 껄끄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월 전기료(평균 4.0%), 2월 도시가스 요금(평균 4.4%), 3월 시외버스(평균 7.7%)와 고속버스(4.3%) 등이 줄줄이 오른 상황에서 지차체의 공공요금 인상은 가계 부담을 더욱 키워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 1분기에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4% 줄어들었다. 늘어난 가계부채에다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점에 근거해 공공요금을 대거 올릴 경우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