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계절… ‘쇼핑’ 대신 키워 쓴다
‘수원의 미래’ 권창훈은 연제민·박용준과 함께 삼성의 유소년 시스템 출신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클래식의 모 유력 구단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거의 50억 원 가까이 팀 운영비를 대폭 삭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많게는 전체 운영비의 80%까지 달했던 선수 운영비부터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이에 나가는 선수들은 있어도 정작 수혈되는 선수들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시 클래식의 수도권 모 구단의 경우도 기존의 기업구단 형태에서 벗어나 시민구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불편한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당연히 허리띠부터 졸라매야 한다.
예전에는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데 아낌이 없었던 큰손들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전통적으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 등이 ‘메마르지 않는’ 자금줄의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국제적인 불경기로 조금씩 운영비가 삭감됐는데, 프로축구연맹이 최근 시행한 선수 연봉공개로 인해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그로 인해 구단들이 돈을 쓰는 데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 구단 관계자는 “거의 모든 구단들이 엄청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운영비를 불가피하게 줄여야 할 때, 구단 수뇌부에서는 당연히 가장 많은 돈이 소요되는 선수단 운영비부터 메스를 댄다. 결국 1차 목표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존 선수들부터 그대로 유지하는 쪽에 맞춰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각자 합리적인 생존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 돈이 없으면 외식과 여행경비를 줄이듯, 이미 거의 전 구단들에 걸쳐 선수단 규모 축소에 돌입한 상황이다. 필수적으로 나가야 하는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과거 운영된 2군 리그가 사라진 것도 한 맥락이다. 대신 프로연맹 이사회의 의결대로 23세 이하 선수를 한 명 이상 18인 출전 엔트리에 포함시키고 있고, 내년에는 23세 이하 선수 쿼터가 2명이 된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23세 이하 선수 2명 이상을 엔트리 포함시키고 그 중 한 명은 반드시 그라운드를 밟아야 한다.
U-20월드컵에서 명성을 떨친 연제민(가운데)과 박용준(왼쪽 두 번째)의 훈련 모습.
이렇듯 각 구단 유소년 시스템 출신들이, 또 23세 이하 선수들이 기존 베테랑들의 자리를 성공리에 채우면서 코칭스태프의 고민을 덜어줬다.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은 나이 많은 노장들에 비해 비용이 덜 든다. 자연스레 ‘필요한 선수들은 우리가 키워서 쓰겠다’는 방향으로 구단 정책이 바뀐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 역시 크게 낮아졌다. K리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과 마찬가지로 국적을 불문한 3명과 AFC 회원국 소속 선수 1명까지 모두 4명의 용병을 보유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추세로 바뀌었다. 토종 선수들만으로 힘든 경쟁을 소화 중인 포항 스틸러스를 필두로, 여러 구단들이 많아야 3명에서 적게는 1~2명까지 대폭 줄였다. 용병들의 자리도 젊은 선수들이 메워준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활성화되지 않은 임대 조치다. 구단들은 겉으로 “선수를 지속적으로 임대하고, 임대시켜야 구단과 선수가 모두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데 굉장히 인색하다.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승격-강등 제도가 본격화되면서 순위 싸움은 유례없이 치열하다. 그나마 상위 스플릿(1~7위)에서 하위 스플릿(8~14위) 구단으로, 또는 반대의 형태로 선수를 임대시키는 건 괜찮다. 하지만 같은 스플릿 상에 놓였다면 임대 선수가 맹활약을 펼쳐 정작 친정 팀에 해악(강등?)을 끼쳐버리는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과거 모 구단처럼 “임대 선수는 친정팀을 상대로 뛸 수 없다”는 계약 조항으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 세상에 ‘남 좋은 일’을 마냥 좋아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더욱이 7월 이적시장은 정규리그 최종 순위가 나오지 않는 시점이다. 임대 활성화 방안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세계 이적시장은 지금
중국·중동 ‘큰손’
꽁꽁 얼어붙은 건 유럽 축구도 비슷하다. 선수들의 이적 빈도가 상당히 줄어든 분위기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기성용(스완지시티)만 해도 스코틀랜드 셀틱FC 시절, 리버풀(잉글랜드)에서 무려 5차례나 스카우트를 파견해 플레이와 가능성을 지켜봤다고 한다.
결국 리버풀은 기성용의 영입을 ‘없던 일’로 돌렸지만 그만큼 선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반증이다. 요 근래 유럽 프로리그에 몸담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 뜸해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아니, 아예 루머조차 나오지 않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 난 곳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선두주자로 부동산 거물이 유독 많은 중국 슈퍼리그나 향후 수십 년은 걱정 없다는 오일 달러로 대변되는 중동 축구는 “괜찮다” 판단이 서면 일단 지르고(?) 본다. 최근에도 포르투갈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을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 리가 3년 계약을 맺으며 이적시켰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중국·중동 ‘큰손’
꽁꽁 얼어붙은 건 유럽 축구도 비슷하다. 선수들의 이적 빈도가 상당히 줄어든 분위기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기성용(스완지시티)만 해도 스코틀랜드 셀틱FC 시절, 리버풀(잉글랜드)에서 무려 5차례나 스카우트를 파견해 플레이와 가능성을 지켜봤다고 한다.
결국 리버풀은 기성용의 영입을 ‘없던 일’로 돌렸지만 그만큼 선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반증이다. 요 근래 유럽 프로리그에 몸담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 뜸해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아니, 아예 루머조차 나오지 않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 난 곳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선두주자로 부동산 거물이 유독 많은 중국 슈퍼리그나 향후 수십 년은 걱정 없다는 오일 달러로 대변되는 중동 축구는 “괜찮다” 판단이 서면 일단 지르고(?) 본다. 최근에도 포르투갈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을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 리가 3년 계약을 맺으며 이적시켰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