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의 ‘양털 깎기’ 풀었던 돈 회수 시동
선진국들의 출구전략으로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들은 미국이 1.9%에서 1.7%로, 유로존이 -0.8%에서 -0.6%로 조정됐다. 선진국 전체로는 1.2%에서 1.1%로 0.1%포인트(p)만 전망치가 낮아졌다. 반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보다 0.3%p 하락한 7.8%, 인도는 0.2%p 하락한 5.6%를, 러시아는 기존보다 0.9%p 낮은 2.5%의 성장률이 예측됐다. 신흥국 평균 전망치 하향 폭은 0.3%p다.
‘물 오른’ 선진국과 ‘풀 죽은’ 신흥국 상황은 증시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18일 현재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5548로 2007년의 고점 14198보다 9.5% 이상 높다. 5년래 최저였던 2009년의 6470보다는 140% 넘게 오른 수치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증시도 현재 8337로 2007년 당시 고점인 8151을 웃돈다. 최저였던 2009년 3589보다는 무려 132%나 높다.
그런데 브릭스로 대변되는 신흥국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18일 현재 종가는 2027로 2007년 고점 6124의 3분의 1 수준이다. 2008년 기록했던 최저치 1821보다 고작 11.3% 올랐을 뿐이다. 인도 역시 현 주가는 20185로 최저였던 2008년의 7697보다 162% 오르기는 했지만, 금융위기 발발 전 최고점 21207에는 못 미친다.
지난 몇 년 새 가장 각광받던 브라질 증시도 현재 45657로 금융위기 전 최고점 73920의 64.5%선에 머물고 있다. 2008년 최저점 37550보다 겨우 27%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증시도 현 지수 1377은 최근 5년래 최저점인 2008년의 549보다는 150% 높지만, 최고점이던 2498에는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떨까?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 가깝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4%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3.3%에서 2.9%로,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올 하반기 전망치를 기존보다 0.2%p 내린 2.5%로 제시했다. 코스피 현 지수인 1875는 2007년 고점인 2085보다 10% 낮다. 최저점이던 2008년의 892보다는 110% 높지만 2011년 223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투자책임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며 미국과 유로존이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는데, 지난 몇 년간 이 돈이 신흥국으로 유입돼 자산가격 상승을 촉발했다”면서 “이제 선진국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는데, 신흥국에 투자됐던 선진국 자금은 수익이 붙어 엄청나게 불어났지만, 신흥국 입장에서는 유입된 선진국 자금이 급격히 회수되면서 자산가격 하락의 고통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에서 양적완화를 명분으로 찍어낸 돈은 5조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이 4조 2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촉발됐는데, 신흥국 투자로 이를 만회한 셈이다. 유럽의 국채 투자자들도 국채 투자로 인한 손실을 신흥국 투자로 상당부분 만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먼브러더스는 공중분해됐지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미국 투자은행(IB)은 여전히 승승장구다. 독일 등 수출경쟁력이 있는 유로존 국가들은 유로화 약세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채권연구원은 “알려진 것처럼 한국은 외국인들이 투자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가장 좋은 시장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금융시장 개방이 덜 돼있어 선진국 자금 회수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당분간 주식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은 이탈기조가 예상된다. 원화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회복을 얘기하지만, 우리 수출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중국경제의 성장둔화로 그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