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콧노래 코스피 소화불량?
▲ 지난 17일 대한생명보험(주)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가운데가 신은철 대한생명보험(주) 대표이사다. | ||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는 삼성생명이 상장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주권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 이후 삼성전자 사업장 부근 상가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상장시 큰 차익이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돈을 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1월 액면분할 이전 장외에서 주가가 주당 130만 원대까지 올랐다. 100주만 가지고 있어도 1억 원 이상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생명 직원들도 덩달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지난 1999년에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무려 200배 가까운 차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당시 1인당 평균 180주씩, 주당 5000원에 배정했다. 삼성생명 직원 1인당 평균 1억 8000만 원의 보너스가 지급되는 셈이다.
반면 생보사 상장 1호인 동양생명은 지난해 상장했지만 우리사주를 취득한 직원들은 울상이다.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향후 추가 상승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생명의 증시 상장과 삼성생명의 상장이 예정된 가운데 관련사 임직원들이 얽힌 우리사주 이야기들이 업계에선 적지 않다. 이처럼 생보사 상장이 개인들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증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훨씬 더 크다. 게다가 동양, 대한, 삼성에 이어 미래, 교보까지 잇달아 상장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시가총액 7조 원이 넘는 대한생명 상장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업종별 지도가 크게 바뀌게 된다. 대한생명 상장 이후 유가증권시장의 업종별 변화는 금융업과 보험업의 시장비중이 16.27%, 3.0%로 상장 이전에 비해 0.68%포인트, 0.79%포인트 증가한다.
대한생명에 이어 5월 중순 국내 최대 생보사 삼성생명까지 상장하게 되면 금융주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진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종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전기전자 업종의 20.4%에 바짝 다가선다. 이에 따라 금융업종은 화학, 운수장비업종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2위 업종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대한생명은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150원(1.72%) 오른 8850원으로 첫 거래를 마치는 ‘불꽃 잔치’를 벌였다. 시초가 8700원은 공모가 8200원보다 6.09% 높은 가격. 이에 앞서 대한생명은 청약 열기부터 뜨거웠다. 생보사 상장 1호 동양생명의 공모주 최종 청약경쟁률이 12.67 대 1에 그친 반면, 대한생명은 23.7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증거금도 4조 원을 돌파해 지난 2006년 롯데쇼핑과 미래에셋증권, 2007년의 삼성카드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은) 당분간 생보업 대표주로서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은 물론,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진원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대한생명의 보유계약 가치 및 중장기적으로 기대되는 이차 마진의 개선 가능성을 감안해 산출한 적정 가치는 8조 3200억 원으로 주당 1만 원 수준”이라며 “이 회사의 주가 상승시 주가 조정이 진행된 손보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주가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상장된 4개 국가의 생보사 4개사를 대상으로 상장 이후 주가흐름을 조사한 결과, 상장 직후 벤치마크(지수) 대비 초과 상승하는 IPO(기업공개) 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치마크 대비 초과 성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은 상장일 이후 3∼28일로 다양했으며, 최소 6.3%포인트에서 최대 15.6%포인트까지 벤치마크 대비 초과 성과를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점, 향후 매물로 출회될 예금보험공사 지분 등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의 싸늘한 반응은 이미 수요예측에서 확인됐다. 국내 기관 역시 산은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동양투신 한화투신 IBK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등 상장 주관사 계열의 운용사들이 향후 3개월간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 수급에 부담이 된다. 또한 상장 후 6개월 뒤 지분 매각에 나서겠다고 밝힌 예보의 움직임 또한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생보사의 잇단 입성으로 국내 증시의 수급 악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단 대한생명의 공모액이 1조 7000억 원을 넘었고 삼성생명도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시중의 부동자금이 급격히 흡수될 전망이다. 게다가 다음달 1일 일본 다이이치생명이 118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공모에 나서고, AIA생명을 인수한 영국계 보험사 푸르덴셜이 홍콩 상장을 추진 중인 것도 부담이다. 국내 증시의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들이 ‘실탄’ 확보를 위해 다른 주식을 팔 경우 수급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