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못하는 걸 아이폰이 해?
▲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년취업’ 젊은이와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이 40만 대를 넘어선 것을 비롯해 국내에 보급된 전체 스마트폰이 110만 대를 돌파했다. 이렇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어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신종 노동시장이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 휴대폰 업체와 이동통신업체들은 스마트폰의 고기능성에만 주력해왔지만 애플 아이폰 성공을 통해 스마트폰을 ‘스마트폰답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어플리케이션만 11만 개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애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근 앱스토어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 시장도 더욱 커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모바일 앱스토어를 통한 어플리케이션 매출 규모는 지난해 42억 달러에서 올해 68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이 매출 규모가 무려 295억 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사정도 비슷해 현재 1000억 원 규모인 시장이 2013년에는 7000억 원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어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그동안 정보통신 정책에 손을 놓고 있던 정부도 이 시장을 고용 창출에 효과적인 시장으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과거 외환위기로 청년실업자가 거리에 넘쳐날 때 벤처 붐을 일으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했던 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보려는 전략인 셈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삼성이나 SK, LG 등 국내 기업들은 비상 상태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대단히 크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와이브로를 뭉개고 앉아 있다가 애플 아이폰에 한 방 맞고 제품 개발에 들어간 것이 가장 큰 효과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1인 기업 창업 붐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당시에는 수익배분 구조가 대기업에 유리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다시 거리로 내몰렸지만 현재 어플리케이션은 과거와 다르다. 개발자가 7, 통신회사가 3을 먹는 구조여서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다. 또 어플리케이션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실패에 따른 부담도 적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실업자 해결의 수단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경기 회복에도 기업의 인력은 크게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적 실업자는 330만 명에 이르는 데 반해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인력은 8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중소기업청에서 조사한 300개 기업 중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은 39% 정도에 그친다. 새로운 인력시장을 만들지 않고는 해결이 난망한 셈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총 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벤처펀드 자금 중 일정 비율을 1인 창조기업에 우선 지원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중소기업청도 1인 창조기업 예산을 지난해 213억 원에서 올해 449억 원으로 2배 이상 늘렸다. 또 17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는 1인 창조기업 육성방안을 논의하는 등 조만간 종합적인 1인 창조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성공가능성이 낮은 데다, 성공한다고 해도 스마트폰 이용자 특성상 사용주기가 짧을 수 있다는 것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1인 창업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을 지원하는 정책이라면 모를까, 이를 실업 해결 수단으로 보고 밀어붙이는 정책은 IT버블의 재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