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밀고 분위기로 끌고 밑줄 쫙~
▲ 가게 분위기를 메뉴에 맞게 리뉴얼하거나 고급스럽게 바꾼 업소들. | ||
‘패스트푸드점’ 하면 주문과 동시에 나오는 음식, 빠른 템포의 음악, 움직일 수 없는 데다 좁고 딱딱해서 오래 앉아있기 불편한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떠오른다. 그러나 요즘 패스트푸드점을 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패스트푸드가 정크 푸드(Junk Food·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음식)의 대표적인 메뉴로 부각,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5~6년 전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자는 편안한 소파로, 음악은 안정감 있는 곡으로, 인테리어는 젊은 층의 감각에 맞게 교체해 카페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속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 패스트푸드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년도에 비해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변화 중에서도 ‘안락한 의자’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인테리어는 돌아서는 발걸음을 다시 잡아올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맥주전문점 ‘와바’를 운영하고 있는 이효복 사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그 역시 과거 인테리어 때문에 쓴맛을 본 적이 있다. 1996년, 2억 원을 들여 215㎡(65평) 규모의 대형 웨스턴 바를 차렸는데 장사가 안 돼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것. 문제는 바텐더가 서 있는 메인 바(Bar)를 가게 중심에 설치한 인테리어에 있었다. 가게가 바텐더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바텐더 역할에 따라 매출이 달라졌고,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손님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던 것.
그는 이후 메인 바를 가게 한쪽으로 밀어버렸고, 맥주를 쌓아올린 ‘맥주신전’과 얼음이 채워진 아이스 바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전문 바텐더가 없어도 자유롭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많은 비용을 차지했던 인건비 역시 줄어들면서 수익은 더욱 높아졌다.
잘못된 인테리어로 폐업이라는 최악의 결과와 맞닥뜨린 사례는 많다. 서울 종로에서 230㎡(70평) 규모의 대형 호프집을 운영하던 최 아무개 씨. 그는 퇴직금과 대출 등으로 5억 원에 가까운 돈을 모아 창업에 나섰다. 직장인이 많은 상권 1층 점포를 택해 접근성을 높였고, 인테리어 역시 많은 돈을 들였다. 그런데 웬걸, 개업 초기 2~3개월 반짝 매출을 내는 소위 ‘오픈발’이 지나자 매출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찾아간 전문가는 인테리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주방과 손님이 이용하는 바 모두 고객과 직원의 동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관만을 강조해 설치가 됐고 이에 손님과 직원 모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의자와 탁자도 보기에만 좋을 뿐 장시간 앉아 있기에는 불편한 것이었음을 최 씨는 그제야 알게 됐다. 재투자 여력이 없었던 그는 결국 1년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점포를 내놓고 말았다.
점포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엠뷰 고석환 사장은 “올바른 점포 인테리어는 겉보기에 화려한 모습보다 기능성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손님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유명 맛집이 아니라면 오래된 점포를 그대로 두는 것 역시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서둘러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문에 위치한 ‘영철버거’는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일평균 1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 점포는 고려대 앞에서는 매우 유명한 곳으로 오래된 시설에도 많은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고 있었던 상황. 그러나 운영자는 최근 경쟁 점포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데다 수입 햄버거 가게에 비해 시설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 최소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에 나섰다고 한다. 새로워진 매장에 고객들은 “깔끔해서 좋다” “햄버거가 더욱 고급스러워 보인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최근에는 가맹점 문의도 부쩍 늘어났다는 귀띔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박 아무개 씨는 부적절한 인테리어로 폐업 위기에 처했다가 문제점 개선을 통해 최근 기사회생했다. 그는 82㎡(25평) 규모의 점포에서 삼겹살집을 열었다가 장사가 잘 되지 않아 1년 만에 횟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러나 메뉴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 인테리어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횟집인지 고깃집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가게에 손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고 주방 시스템 또한 횟집에 맞지 않아 운영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매출이 삼겹살집을 운영할 때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업종 변경 1년 만에 결국 그는 기존 인테리어를 최대한 활용, 점포 리모델링을 통해 고깃집을 재창업하기로 했다. 리모델링에 들인 비용은 4000만 원. 실내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미고 구워진 고기가 맛있어 보이도록 조명도 은은한 것으로 바꿨다. 간판 역시 석쇠 망을 활용해 고깃집의 특성을 부각했다. 그 결과 20만~30만 원에 불과했던 일매출이 90만~100만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인테리어로 매장 분위기를 업그레이드시키면 고객층도 바꿀 수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오징어를 값싸게 판매해 쏠쏠한 재미를 보던 장 아무개 씨. 그는 퓨전 선술집으로 점포를 개선해 매출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해산물을 취급하는 것은 변동이 없었지만 매장의 분위기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결과 고객층이 바뀌었고 테이블 단가 역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음식 맛으로만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맛있는 음식은 기본, 여기에 점포 성격에 맞는 인테리어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어야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출 올리는 인테리어 팁
① 음식이나 물건을 판매하기 좋도록 기능적으로 설계한다.
② 종업원과 고객의 동선이 편안하도록 설계한다.
③ 매장의 성격에 알맞은 자재를 적절하게 사용한다.
④ 업체 선정시 공사 실적과 유지 보수 능력을 확인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