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는 ‘딱지’일 뿐… 불편한 동거 계속
▲ 박삼구 명예회장 | ||
지난 3월 말까지 금호산업 채권단은 대우건설 FI들에게 △FI 보유 대우건설 지분 39%를 주당 1만 8000원에 매각 △투자금액 이자부분 출자전환 △산은 주도 사모투자펀드(PEF)에 참여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FI들이 반대했고 금호산업 워크아웃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지난 3월 10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17개 FI들이 채권단 제시안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FI들이 워크아웃 동의서뿐만 아니라 출자전환 확약서 제출까지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동의서와 더불어 차후 작업의 일환으로 출자전환을 시도하기 위해 확약서 제시를 요구했지만 FI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FI들과 협상이 지연되자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산은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수정안을 제시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산은은 PEF가 FI들에게서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 8000원에 사지 못할 경우 1만 8000원과 워크아웃 선언 전일 종가인 1만 2750원의 차액(5250원)을 무담보채권을 통해 보증하는 등 FI들에 유리한 쪽으로 동의서 내용을 수정했다.
채권단 측은 이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호산업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며 FI들을 압박했다. 결국 지난 3월 26일에서야 채권단은 17개 FI들의 동의서와 출자전환 확약서를 모두 받아냈다. 막상 금호산업이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자 FI들도 결국 수정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 FI들의 동의서 및 확약서 제출에 따라 금호산업은 정상적인 워크아웃 수순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3월 31일 2조 5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완료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이 6000억 원, 금호산업 계열사가 2700억 원을 각각 보탰다.
▲ 박삼구 명예회장의 100억 원대 한남동 자택. 현재 이 집은 팬지아데카 측에 의해 50억 원 가압류된 상태다. | ||
기존에 알려진 바로는 FI들이 동의서를 제출했을 경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압류를 걸었던 자산을 풀어줘야 한다. 대우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생절차에 있어서 워크아웃 플랜에 연계된 회사 관련 자산 등에 대한 가압류 같은 문제는 풀도록 가결된 사안으로 알고 있다”며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측에서 그런 부분들을 처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관계자는 “압류 부분은 잘 모르겠다.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팬지아데카 관계자는 “박 명예회장의 자택의 경우 개인적으로 연대 보증에 의해 팬지아데카가 가압류를 한 것이기 때문에 기촉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우리가 풀어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동의서 제출 과정에서 압류를 풀기로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워크아웃은 진행되는데 가압류는 풀리지 않고, 당사자들의 설명도 명쾌하게 이뤄지지 않자 일각에서는 박 명예회장 자택 문제가 앞으로 금호산업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에서는 “워크아웃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명예회장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금호산업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최근 박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설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금호산업 내에서는 이르면 오는 4월 중순 박 명예회장이 ‘명예’자를 떼고 ‘회장’으로 돌아올 것이란 말이 기정사실처럼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 등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박 명예회장의 복귀밖에 방법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만약 박 명예회장이 금호산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경우 과연 팬지아데카에 가압류된 집 문제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금호산업 측에서는 “박 명예회장이 집을 제외한 사재를 모두 출연해 기업회생에 돌리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