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족벌경영 앞에서 벌면 뒤에서 빼먹어
▲ 지난 3월 퇴출 등급인 D등급을 받은 성원건설. 내부에선 경기침체 등 외부적 요인보다 전윤수 회장 일가의 족벌경영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 ||
성원건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친족경영으로 인한 부실화를 첫째로 꼽고 있다. 성원건설 전 직원 A 씨는 “이미 2005년부터 오너 일가가 분식회계 공금횡령 등 재산을 빼돌려 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친족들을 계열사 등 요직에 앉힌 후 자신들 밥벌이에만 치중해 경영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성원건설의 주요 요직에는 전윤수 회장(62)의 딸과 사위 등 친인척이 대거 포진돼 있다.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전 회장의 둘째딸(33)은 2004년부터 사업에 참여해 기획조정실 상무를 지냈다. 셋째딸(31)은 2006년 27세에 이사에 올랐고 홍보담당을 거쳐 계열사 감사를 지내고 있다. 처남 조 아무개 씨(53)는 2005년 분식회계 혐의로 전 회장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회사에 복귀한 후 지난해 중순까지 성원건설 공동대표이사를 맡았다.
특히 성원건설 ‘최대주주’는 지난 2007년부터 회사 안팎에서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됐다. 2007년 8월경부터 미성년자인 전 회장 장남(16)이 최대주주에 올랐기 때문이다. 전 군은 2004년 9월 자사주 1만 3530주(0.07%) 매입을 시작으로 지분을 늘려 2007년 하반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전 군은 올 2월 기준 성원건설 주식 549만 4756주(12.9%)를 보유해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족벌경영 논란은 회장 일가가 회사 자산을 외부로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5년 전 회장은 분식회계 등으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법원으로부터 유죄(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전윤수 회장 | ||
이는 성원건설노동조합(위원장 이덕래)에서 내놓은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성원건설 노조는 지난 3월 24일 성명을 내고 “회장 일가가 두바이 바레인 등 해외공사 진행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있다”며 “심지어 3월 18일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는 명목으로 성원건설 소유 골프장 두 곳을 매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재출연은 고사하고 ‘가족들의 지분’이라며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런 여러 문제들을 뒤로한 채 전 회장은 현재 미국에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공안부(변창훈 부장검사)는 지난 3월 24일 전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8일 영장을 발부했다. 2008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499명의 임금 123억 원을 체불한 혐의다. 하지만 전 회장은 이에 앞선 3월 9일 이미 출국한 뒤였다. 검찰 관계자는 “전 회장이 조만간 입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지만 4월 9일 현재 아직까지 그의 입국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