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분 결혼식도 미루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보좌했던 한 인사가 최근 던진 말이다. 차남 결혼식(25일)과 선친 기일(31일)을 맞아 지난 20일 일시 귀국한 이 전 총재를 놓고 당 안팎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사가 이 전 총재 귀국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나타낸 것은 이번 귀국으로 인해 이 전 총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발언’ 이후 재신임 국민투표 처리 문제가 논란거리로 남아 있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선 때 이른 ‘대안론’마저 나도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경우’를 상정한 상황에서 여러 인사들이 대안 후보감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박빙 승부를 펼쳤던 이 전 총재가 다른 어떤 인사들보다 자주 거론되는 것이 사실.
이 전 총재의 다른 측근인사도 “지금 같은 시기에 이 전 총재 이름이 언론에 자꾸 등장하는 것이 결국 이 전 총재에게 해가 된다. 이 전 총재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대안론’이니 ‘노 대통령 하야 상황’이니 하며 이름이 거론되면 이는 결국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인사는 “언론이든 정파에서든 그냥 그분(이 전 총재)을 자연인 이회창으로 남겨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나라당 주변에선 일시 귀국한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이 전 총재 측근들이 “(이 전 총재) 본인은 아무 말도 안하는데 언론이 자꾸 난리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이 전 총재 ‘정계복귀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반응이 다소 민감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때와 달리 지금 나오는 이 전 총재 복귀설은 오히려 이 전 총재 입지를 약화시키고 당 지도부를 ‘편안케’ 해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전 총재가 정계에 복귀하려면 일단 국정이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워야 하며 ‘이회창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총체적 민의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회창밖에 없다’란 논의가 자연스럽게 시간을 두고 모아지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이 전 총재 복귀설이 자꾸 거론되면 ‘이회창밖에 없다는 거냐’는 식의 반발심리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당 지도부 주변에서도 이 전 총재 관련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도록 부채질하는 인사들이 있다. 당 지도부에 대한 ‘전략적’ 충성심인 셈이다. 결국 이 전 총재의 부담을 더 커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돈웅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SK 비자금 1백억원 논란에 때 맞춰 이 전 총재 복귀론이 거론된다면 이는 곧 한나라당 지도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병렬 대표나 홍사덕 총무는 윤여준 의원 등과 함께 기존 선대위와는 별도로 당 외곽조직에서 지난 대선을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대선 막판 조성된 후보단일화 정국에서 이 전 총재는 당내 선대위보다 외곽조직을 더 신임했다고 알려진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최돈웅 의원 비자금 정국에서 현 한나라당 지도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SK 비자금 수사가 진전된다면 당연히 관심은 대부분 이 전 총재에게 쏠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최돈웅 의원에 대한 SK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보인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가 다분히 이 전 총재의 귀국을 염두엔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지도부가 SK비자금 문제의 뒷감당을 귀국 예정이던 이 전 총재에게 넘기려 했던 셈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의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 항의’ 이후 최병렬 대표가 서둘러 최 의원을 위로하고 당 차원에서의 대처를 공언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다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 전 총재 귀국과 정계복귀설이 오히려 이 전 총재 입지를 좁히고 당 지도부의 근심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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