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원 세금을 30만 달러와 ‘바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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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세청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상급자와 부하가 패키지처럼 걸려드는 것은 로비로 받은 금품을 철저하게 나누는 데서 비롯되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었다. 지난 3월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1개팀 직원 9명 전원이 2009년부터 7개 업체를 세무조사하면서 3억 원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로 경찰에 걸려들었다. 국세청에서는 오래 전부터 상·하급자와 동료 등이 공모해 세금을 깎아준 뒤 그 대가로 받은 돈을 나누기도 하고 또 인사청탁을 하기 위해 상납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CJ그룹의 국세청 로비의혹 사건도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대거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 2008∼2009년에 수사했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이번 사건으로 살아남는 국세청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국세청 비리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은 상당히 격앙돼 있다. ‘(CJ그룹에 부과된) 3500억여 원의 세금을 국세청 간부들이 단돈 30만달러와 고급시계 2개와 바꿔치기 했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현재 일부 병원이나 자영업자 등은 국세청 세무조사 때문에 죽을 노릇이라고 한다. 올 상반기에만 세수 차질이 10조 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닦달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돈 없고 ‘빽’ 없는 서민이나 중소기업에게만 엄정한 세수를 적용하고 대기업은 고위간부들이 작당해 수천억 원의 세금을 눈 감아 주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징수제도가 불공정하게 처리된다면 그 누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세금으로 내려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세청법’을 제정해 국세청장 임기제를 도입하고 국세청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