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초토화 후 MB정권 다 턴다
CJ그룹 세금추징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지난 1일 검찰에 출석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CJ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지난 2일 새벽 CJ그룹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를 받고 있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59)을 전격 체포했다. 전날 오전 9시 40분께 검찰에 출석한 전 전 청장은 14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전 전 청장이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최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혐의 내용 등을 고려해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청장은 2006년 CJ그룹 비자금 관리 ‘총책’인 신동기 부사장(57)으로부터 미화 30만 달러와 명품 시계 등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씨는 CJ그룹 이재현 회장(53)과 함께 회사 돈을 빼돌려 6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500억여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전 전 청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관련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검찰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 그는 검찰에 “(미화 30만 달러가 아닌)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의 국내외 비자금 관리업무를 총괄한 신동기 씨는 2006년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59)에게 미화 30만 달러와 명품 손목시계 2개를 줬고 허 전 차장은 돈을 전군표 전 청장에게 전달하고 손목시계는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허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해당 금품은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 내정자의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받아 전달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 2006년 이재현 회장(53) 등 CJ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이동 세무조사 과정에서 3500억여 원의 조세포탈 사실을 확인하고도 세금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은 부분에 전 전 청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허 전 차장이 받았다고 진술한 액수와 전 전 청장에게 전달된 금액에 차이가 있어 미화 10만 달러 부분은 ‘배달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2006년 세무조사에 관여한 국세청 실무라인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2008년 CJ그룹 재무팀장 이 아무개 씨(44)의 청부살인 의혹이 불거졌을 때 국세청이 이 회사의 수천억 원대 조세포탈 정황을 포착하고도 검찰에 고발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당시 국세청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 비서실 재무팀에 근무하면서 회사 비자금을 굴리던 이 씨는 170억 원을 사채업자 박 아무개 씨에게 투자했다가 떼일 위기에 처하자 조직폭력배 등에게 박 씨를 살해해달라는 부탁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왼쪽부터 이현동 전 청장, 한상률 전 청장
그러나 국세청은 CJ그룹이 1700억여 원을 자진납부하자 고발조치 없이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내부 심의위원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고발을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세청이 이 회장에 대한 고발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연간 포탈 세액이 5억 원 이상이고 (CJ그룹처럼)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세금을 탈루할 경우 사기 등 부정한 방법에 따른 조세포탈이 된다”면서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08년 당시 국세청 수뇌부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한상률(60)·이현동(57) 등 전직 국세청장 2명을 수사 선상에 올린 상태다. 한상률 전 청장은 당시 국세청장으로, 이현동 전 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국세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CJ그룹은 2008년 말 1700억 원의 세금을 자진해서 분할 납부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세금을 자진납부하게 된 배경과 실제 탈루액을 확인하기 위한 세무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이 차명재산의 존재가 드러나 자진납부를 시도했을 때 세무조사를 통해 이 회사가 내려고 했던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추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검찰은 한 전 청장과 이 전 청장이 CJ그룹으로부터 각종 로비와 향응을 제공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아무개 CJ그룹 재무담당 임원은 영업본부장 등의 직함으로 한 전 청장 등 국세청 간부들과 빈번히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국세청 간부들과 판돈 200만~400만 원 상당의 내기 골프를 치면서 져주는 방식으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이 씨와 어울린 국세청 간부들은 한번에 1000만 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한 전 청장과 이 전 청장 등 2008년 당시 CJ그룹 세무조사에 관여한 국세청 간부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CJ그룹으로부터 현금 등을 수수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51)은 1일 전격 사퇴했다. 검찰 조사에서 송 전 서울청장은 CJ그룹 비자금 관리인인 신동기 부사장(57·구속기소)으로부터 골프,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고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 수백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형사처벌할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입건 수사하지 않고 비위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하는 수준에서 일단 마무리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에야말로 국세청의 오랜 금품수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승희 언론인
검찰, 경찰 정조준 내막
간부가 ‘떡값’ 먹고 수사 태클?
CJ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경찰을 정조준하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현직 경찰 고위간부 A 씨가 CJ그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고 수사편의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지난 2008년 CJ그룹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던 이 아무개 씨(44)에 대한 청부살인 의혹을 수사할 당시 핵심 수사라인에 있으면서 부실 수사를 종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53), 비자금 관리 총책인 신동기 부사장(57) 등과 가깝게 지낸 A 씨는 수사 당시 이 회장이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USB를 확보했지만 증거물의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수사는 A 씨 등이 주도했으며 경찰은 수사 초기 재무팀장 이 씨를 살인교사 피의자로 보지 않고 피해자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 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을 굴리는 과정에서 사채업자 박 아무개 씨에게 170억 원을 빌려줬다가 이를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살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 박 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이 씨를 피해자로 보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운영내역에 관한 자료가 담긴 USB를 확보하고도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의 수사 기록을 검토하던 중 첨부된 증거물에서 USB를 발견하고 분석작업을 벌였다. 분석결과 USB에서는 이 씨가 이 회장에게 비자금 운영 방식을 보고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발견됐고 비자금 투자처와 수익률 등이 정리된 자료도 상당수 발견됐다. 결국 이 자료는 지난 5월 CJ그룹 국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는 ‘도화선’이 됐다.
검찰은 A 씨가 신 부사장으로부터 골프접대와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교통비나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 현금이 건네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A 씨를 넘어 2008년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간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승희 언론인
간부가 ‘떡값’ 먹고 수사 태클?
CJ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경찰을 정조준하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현직 경찰 고위간부 A 씨가 CJ그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고 수사편의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지난 2008년 CJ그룹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던 이 아무개 씨(44)에 대한 청부살인 의혹을 수사할 당시 핵심 수사라인에 있으면서 부실 수사를 종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53), 비자금 관리 총책인 신동기 부사장(57) 등과 가깝게 지낸 A 씨는 수사 당시 이 회장이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USB를 확보했지만 증거물의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수사는 A 씨 등이 주도했으며 경찰은 수사 초기 재무팀장 이 씨를 살인교사 피의자로 보지 않고 피해자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 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을 굴리는 과정에서 사채업자 박 아무개 씨에게 170억 원을 빌려줬다가 이를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살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 박 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이 씨를 피해자로 보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운영내역에 관한 자료가 담긴 USB를 확보하고도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의 수사 기록을 검토하던 중 첨부된 증거물에서 USB를 발견하고 분석작업을 벌였다. 분석결과 USB에서는 이 씨가 이 회장에게 비자금 운영 방식을 보고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발견됐고 비자금 투자처와 수익률 등이 정리된 자료도 상당수 발견됐다. 결국 이 자료는 지난 5월 CJ그룹 국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는 ‘도화선’이 됐다.
검찰은 A 씨가 신 부사장으로부터 골프접대와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교통비나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 현금이 건네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A 씨를 넘어 2008년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간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승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