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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장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서청원 대표. 임준선 기자 | ||
최근 ‘병풍’보도와 관련 MBC가 ‘불순한’의도를 섞어 뉴스를 내보낸다는 것이 한나라당측 주장이다. 즉,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방송의 위력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 후보 흠집내기로 보이는 보도행태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나 MBC측은 한나라당측의 이 같은 공문을 ‘신 보도지침’으로 간주한다. 이미 원내 과반수를 차지해 ‘집권야당’이라 불릴 정도로 거대해진 한나라당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은 “MBC뿐만 아니라 KBS SBS YTN 등 4개 방송사에 모두 보낸 공문이며 방송사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 밝힌다.
그러나 MBC측은 ‘다수당의 횡포’라며 명백한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나라당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MBC 방송내용의 편파성을 지적한 뒤 MBC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을 비판한 데서 시작된 MBC와 한나라당 간의 대립. 최근 한나라당이 MBC를 국정감사 대상이 될 수 있게끔 감사원법 개정을 주장하면서 점입가경에 이르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원내의석 과반수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지난 8월28일 MBC가 국감 조사대상에 포함되게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 국회처리를 내부 결의했다.
공영방송인 MBC가 국감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현 감사원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나선 것. MBC 대주주(지분70% 소유)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즉각 한나라당의 감사원법 개정 움직임에 부정적 의사를 표했다. 언론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법 개정 논란으로까지 발전한 MBC와 한나라당의 갈등이 쉽사리 일단락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한나라당은 MBC가 자신들을 향해 결연한 임전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특보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MBC 김중배 사장이 간부들을 모아놓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우리 모두 죽는다’고 했다더라”며 “MBC측이 부인했지만 연말 대선정국으로 갈수록 MBC가 배수진을 치고 우리를 조여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MBC가 한나라당을 공격할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21일 MBC 김중배 사장과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회동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한나라당에선 “MBC가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한 계획을 작성한 비밀문건을 입수했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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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엠비씨 | ||
그러나 MBC측은 한나라당이 거짓사실을 유포한다는 입장이다. MBC 정책기획팀 박성희 부장은 “평소 김중배 사장은 언론인으로서의 정도와 원칙을 강조해왔다”면서 “김 사장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이어 “만약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문건이 있다면 그것을 밝혀라”며 기자들이 한나라당의 태도에 분개한다는 말까지 덧붙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MBC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바로 이회창 후보 아들 정연씨 병역기피의혹 보도. 실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데는 병풍논란 재점화가 한몫 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사기꾼 전력의 김대업씨 주장을 메이저 방송사인 MBC에서 큰 비중으로 다루는 것은 누가 봐도 의도가 분명한 일”이라 밝혔다. “MBC의 간부들이 대부분 호남 출신이며 김중배 사장 역시 광주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란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MBC측은 최근 방송 모니터링 자료를 내놓으며 한나라당의 논리가 억지라고 단언한다. 지난 8월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간 자체 모니터링 자료를 통해 MBC는 ‘병풍보도 꼭지 수가 MBC 47건, KBS 54건, SBS 39건’‘병풍이 톱기사로 나온 경우가 MBC 3번, KBS 5번, SBS 4번’이란 결과를 내놓았다. 민주당도 MBC측 역성을 들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한나라당이 방송사에 보낸 공문을 두고 “계엄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땡전뉴스’가 ‘땡창뉴스’로 부활된 것”이라 비난했다.
유용태 사무총장도 “공산당 치하나 사회주의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한편 정가에선 MBC와 한나라당의 대립 여파가 이른바 메이저 신문사인 〈조선〉 〈중앙〉 〈동아〉에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MBC를 국감 조사대상으로 포함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법개정에 대한 조•중•동의 기사내용이 정당성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MBC 국감을 위한 감사원법 개정 추진이 이회창 후보 아들 도덕성 논란보다 더 큰 문제인가”라며 조•중•동의 보도행태를 지적했다.
이런 기류가 MBC 방송내용으로 이어진 것일까. 지난 8월28일 MBC 〈미디어비평〉은 최근 조•중•동이 이회창 후보 아들 정연씨 병역수사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과 보수 메이저언론 간의 유착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나라당이 MBC를 주적으로 삼은 건 분명하지만 이 여파가 곧 전체 방송사로 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발송한 보도 시정촉구 공문에 다른 방송사 기자들도 언짢은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지난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감정의 골이 생긴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한나라당 편을 들기 시작하면 초유의 ‘언론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MBC가 민주당과 한 편이 되고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한 배를 타서 대선을 앞둔 혈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매체와 보수신문매체가 양당으로 갈라지는 언론대립 구도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다른 방송사들이 최소한 MBC를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MBC가 민영방송도 아니면서 KBS만 국정감사를 받고 MBC가 받지 않았던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대립관계에 놓인 언론사에 대해 정치권이 감사권한을 갖게 되면 언론사에 대한 정치적 간섭과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