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자산운용 ‘딴 우물 파기’ 올인
미래에셋은 글로벌 커피 체인 커피빈 인수까지 나서며 투자은행형 자산운용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박현주 회장 합성.
미래에셋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가 예나 지금이나 박현주 회장 특유의 투자 DNA에 의해 움직인다”며 “박 회장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며, 더 이상 국내 주식시장에 연연하지 않는다. 전세계를 다니며 투자처와 사업기회를 물색하는 게 박 회장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소개했다.
미래에셋과 업계 수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은 헤지펀드 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다. 가장 접근이 쉬운 ETF 시장에서 코덱스(KODEX)라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삼성은 가장 접근이 어려운 헤지펀드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가장 돈이 많이 되는 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자산운용의 4개 헤지펀드 총 설정액은 지난해 말 1837억 원 수준에서 7월 말 3384억 원으로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매월 플러스(+) 성과를 이어가면서 기관은 물론 개인 고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헤지펀드에 대한 개인의 최소 투자한도가 5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고액 자산가들과의 밀월인 셈이다.
업계 양대 산맥이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면, 업계 최강 두 ‘루키(신인)’는 승부수로 전문화를 택했다. 바로 40대 오너 경영자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황성택 대표(48)와 브레인자산운용의 박건영 대표(47)다. 펀드매니저로 출발해 자신의 자산운용사를 직접 차려 성공 반열에 올린 점에서 ‘제2의 박현주’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미래에셋 건물 전경. 임준선 기자
트러스톤은 2007년부터 말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 현재 ‘다이나믹코리아’, ‘팔콘아시아’ 등 2개의 해외투자 헤지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큰손인 해외 국부펀드들도 트러스톤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2011년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GPFG), 올 상반기에는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A)에서 자금을 위탁받았다.
박건영 대표는 미래에셋 간판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브레인투자자문을 설립해 자문사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7공주’, ‘차화정’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권남학 K1투자자문 대표, 서재형 창의투자자문 대표(현 대신자산운용 대표)와 ‘자문사 트로이카 시대’를 구가하기도 했다. 자문형랩 수익률 폭락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박 대표는 지난해 브레인자산운용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헤지펀드 시장에서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 주식투자 전략 국내 1위로 꼽히는 박 대표의 명성답게 브레인자산운용이 내놓은 헤지펀드 ‘백두’와 ‘태백’은 각각 3000억 원 가까운 대형 펀드로 급성장했다. 특히 박 대표는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 모두에서 수익을 내는 공격적인 투자전략으로 줄곧 시장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황 대표와 박 대표는 트러스톤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는데, 투자 철학에 대한 이견이 커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면서 “모두 최고의 실력자로 통하지만 전혀 다른 운용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헤지펀드 시장에서 맞붙은 만큼 앞으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을 설립해 홀로서기에 나선 구재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에도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100조 원을 주무르며 ‘미스터 펀드’로 통하던 인물인 만큼 그가 보여줄 저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 역시 헤지펀드형 상품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다는 점이 흥미롭다. 시장금리 및 증시상승률 플러스알파를 노리는 상품과,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는 절대수익추구 상품을 첫 상품으로 선택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구재상 대표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펀드 자금을 주무르던 인물로 미래에셋 시절부터 쌓아온 인맥이나, 투자정보가 어마어마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미래에셋이라는 간판을 떼고도 예전의 네트워크나 인맥이 효율을 발휘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펀드산업의 현주소
불티나던 적립식도 5년 새 반토막
지난 2004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는 그야말로 주식형펀드의 전성시대였다. 2003년 말 18만 9000개였던 주식형펀드 계좌는 2008년 6월 말 1816만 8000개로, 이 기간 판매잔고는 5조 원에서 130조 원으로 폭증한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2008년 하반기부터 펀드시장은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올 5월 말 주식형펀드 계좌수는 779만 5000개, 판매잔고는 72조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빚더미인 선진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로 2008년 증시가 추락한 탓이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도 결국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투자자들도 돈을 빼기 시작했다. 2009년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돈에 의한 주가상승을 유발했지만, 투자자들은 다시 펀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은행 적금의 대체재처럼 여겨졌던 적립식펀드의 몰락도 펀드산업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펀드 열풍의 핵이던 은행 적립식펀드의 추락은 두드러진다. 적립식펀드 판매좌수를 보면 증권사의 경우 2008년 6월 말, 은행은 같은 해 5월 말을 정점으로 꾸준한 감소세다. 당시 352만 4432좌이던 증권사 적립식 계좌수는 올 5월 말 214만 9751좌로, 은행 적립식 계좌는 1185만 7160좌에서 534만 9572좌로 각각 39%, 54.9% 급감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적립식펀드가 마치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과장 홍보된 덕분에 강력한 고객접점을 가진 은행들이 적립식펀드로 떼돈을 벌었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적립식펀드의 환상이 깨지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적립식펀드를 은행적금의 대체재로 여기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
불티나던 적립식도 5년 새 반토막
지난 2004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는 그야말로 주식형펀드의 전성시대였다. 2003년 말 18만 9000개였던 주식형펀드 계좌는 2008년 6월 말 1816만 8000개로, 이 기간 판매잔고는 5조 원에서 130조 원으로 폭증한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2008년 하반기부터 펀드시장은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올 5월 말 주식형펀드 계좌수는 779만 5000개, 판매잔고는 72조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빚더미인 선진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로 2008년 증시가 추락한 탓이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도 결국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투자자들도 돈을 빼기 시작했다. 2009년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돈에 의한 주가상승을 유발했지만, 투자자들은 다시 펀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은행 적금의 대체재처럼 여겨졌던 적립식펀드의 몰락도 펀드산업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펀드 열풍의 핵이던 은행 적립식펀드의 추락은 두드러진다. 적립식펀드 판매좌수를 보면 증권사의 경우 2008년 6월 말, 은행은 같은 해 5월 말을 정점으로 꾸준한 감소세다. 당시 352만 4432좌이던 증권사 적립식 계좌수는 올 5월 말 214만 9751좌로, 은행 적립식 계좌는 1185만 7160좌에서 534만 9572좌로 각각 39%, 54.9% 급감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적립식펀드가 마치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과장 홍보된 덕분에 강력한 고객접점을 가진 은행들이 적립식펀드로 떼돈을 벌었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적립식펀드의 환상이 깨지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적립식펀드를 은행적금의 대체재로 여기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