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방긋…‘거참, 묘하네’
[일요신문] 시장경제의 법치국가에서는 정부가 무조건 가격통제를 할 수는 없다. 그 요건을 법률로 정해놓는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생산업체 간 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가 이뤄진 경우다. 하지만 정부는 더 폭넓은 이유를 앞세워 시장에 개입해왔다. 명분은 물가 안정과 소외 계층 배려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행정수단들을 동원하고, 이를 업계의 ‘자율결정’으로 포장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 패턴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1년 1월 중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언급한 뒤에 나타난 기름값 인하 압박이다. 궁지에 몰린 정유업계는 손해를 감수하고 그해 4월부터 3개월간 휘발유ㆍ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소비자에겐 인하효과가 미미했다. 원유가에 연동되는 기름값의 가격구조에서 고정비용이나 마찬가지인 세금을 그냥 놔둔 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을 줄인다고 해결될 게 아니었다. 정유사들은 당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50% 감소했다. 꼬박꼬박 세금을 걷어가는 정부를 제외하곤 득을 본 쪽이 없었다.
당시 기름값을 잡겠다며 거세게 몰아붙였던 정책수단들도 대부분 ‘실패’로 결말이 났다. 석유수입제품에 대한 할당관세 3% 면제혜택, 타사제품이나 수입품을 섞어서 판매할 수 있는 석유혼합판매제도 등은 올해 상반기에 모두 종료됐다. ‘알뜰주유소’가 남아 있는데 여전히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없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운 셈이 됐다.
박웅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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