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주무기’ 못 넘을 ‘산’ 없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다소 부진한 투구내용을 선보인 전반기 마지막 애리조나전과 후반기 첫 등판인 토론토전 이후 류현진의 성적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7이다. 김형준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는 최근 류현진의 질주에 대해 “그간 쌓아온 적응력이 발휘되고 있는 듯하다”며, “직구와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볼 배합의 변화도 최근 상승세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관심은 과연 류현진이 올 시즌 몇 승을 거둘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당초 본인 스스로 목표로 설정한 두 자리 수 승수를 일찌감치 달성한 가운데, 에이스의 기준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15승 달성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 됐다. 2000년 이후 지난 13년간 신인 신분으로 15승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지난해 텍사스의 다르빗슈와 웨이드 마일리(애리조나), 2001년 클리블랜드 시절의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 2006년의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등을 포함, 7명에 불과했다.
희망적인 요소는 충분하다. 일단 향후 일정이 순조로운 편이다. 현재 로테이션상 류현진의 남은 일정은 총 8경기다. 이 가운데 14일 기준 5할 이상 팀과의 승부는 보스턴과 애리조나,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마이애미, 콜로라도와 한 경기,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와 각각 두 경기로, 이 팀들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팀들이다. 홈과 원정에서의 경기도 각각 4차례씩으로 나쁘지 않다.
홈에서만 잘해 ‘홈커쇼’라 불리던 류현진이 후반기 들어 원정게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15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형준 기자는 이와 관련해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을 산출하는데, 여기에는 이닝뿐만 아니라 휴식일이나 경기 당 그리고 이닝 당 투구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류현진의 체력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 다저스 구단에서 잘 관리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류현진은 201.1이닝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한국 무대에서의 2006~2007년 이후 한 차례도 200이닝을 던진 바 없는 그이기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형준 기자는 “메이저리그 162경기에서의 200이닝과, 류현진 신인 시절 126경기에서의 200이닝은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올해 200이닝을 던진다면 한국 무대에서의 180이닝 정도를 소화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한 다저스는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이기 때문에, 가을 야구를 위해서도 시즌 막판에는 대체 선발 스티븐 파이프 등을 이용해 체력 안배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말로 류현진의 체력이 올 시즌 그의 앞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 매팅리 감독은 선발 투수들의 체력을 보완해주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컵스전까지 류현진의 올 시즌 체인지업 스트라이크 비율은 63.7%였다. 하지만 지난 두 경기는 무려 81.5%로 20%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헛스윙 비율 역시 17.4%에서 18.5%로 근소하게나마 높아진 상황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체인지업 구사율은 21.7%로 패스트볼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수준. 이 같은 상황에서 체인지업의 제구가 잡히자 상대 타자와의 볼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감은 물론, 결정구가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대해 “류현진도 미국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고 있고, 무엇보다 최근 바깥쪽 직구의 제구가 정교해지고 있는 점이 체인지업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15승이 가능하겠느냐의 질문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류현진 등판 경기에 득점 지원도 좋고, 무엇보다 불펜이 강해진 점이 고무적이다”며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았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한 달 열흘 남짓 남은 이 시점에서 류현진의 지금 성적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류현진이 15승 투수 대열에 합류하며 명실상부 에이스로서의 입지를 굳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