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일부 고급 쇠고기음식점들의 지나친 손님끌기 경쟁이 ‘소 밀도축 유통’이라는 그릇된 풍조를 낳고 있다. 고기 맛을 좋게 하려고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밀도축 쇠고기’를 팔고 있는 것.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삼성동 D음식점 주인 김아무개씨(56) 등 강남 유명 음식점 주인 3명을 축산물가공처리법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밀도축업자 나아무개씨(31)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는 전남 나주의 야산에 불법 도축장을 지어 한우를 밀도축한 뒤 강남일대 서너 곳의 음식점에 정상 육우보다 비싼 값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등심 40kg의 경우 정상적인 도축을 거친 쇠고기보다 20만원 가량을 더 받아 챙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강남 유명음식점에 밀도축 소고기가 유통된 사건은 지난해 말에도 있었다. 일부 유명 음식점 업주들이 이처럼 밀도축 고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그것은 고기맛 때문이라고 한다. 육질의 신선도가 다르다는 것. 한 음식점 업주는 “대형 쇠고기음식점이 즐비한 강남에서 장사하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기 맛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쇠고기전문음식점 업주는 “손님들이 다른 음식점 이름을 들먹이며 고기맛이 좋지 않다고 하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면서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려면 생고기를 가져와 직접 숙성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강남의 음식점 주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주들은 정상적인 도축과정을 거치면 소를 도축한 지 1주일 정도 걸려야 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하루이틀 정도 냉동보관이 불가피해 고기 맛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반면 밀도축해 생고기상태인 쇠고기의 경우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육질이 달라져 손님을 끌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는 것. 잡은 소는 본래 3∼4일 정도 도축 당시 극도로 긴장됐던 근육을 풀어주는 숙성기간을 거치는데 유명 음식점들마다 이 숙성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밀도축 쇠고기를 쓸 경우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밀도축의 경우 대부분 영세업자들에 의해 위생시설이 불량한 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도축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다”면서 “육질이 좋다는 이유로 잘 익히지 않고 먹으면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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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30 1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