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 ‘고차 방정식’ 잘 풀 수 있을까…
통상 관련 업무가 정부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윤상직 장관의 통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게다가 박 대통령 언급에서 드러났듯이 정체 상태인 한-중 FTA를 빠른 시일 내에 체결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우경화 경향을 보이는 일본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논의에 공식 참가키로 하면서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문제는 윤 장관이 임명 전부터 통상 분야에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올 정도로 통상에 약점이 많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윤 장관은 통상 전문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 시절 정상외교의 통상 부분을 담당했다”고 답했지만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연도는 물론 한-미 FTA 내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통상업무를 담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통상 관련 업무가 정부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윤 장관의 통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경기 악화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반덤핑 피소가 급증했다. 세계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반덤핑 피소 건수는 21건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많았다. 중국(56건)다음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1.14%, LG전자는 13.02%의 관세를 물게 됐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2011년 기준으로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이 각각 20.7%와 17.4%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 피해가 가시화되자 산업부는 세탁기에 대한 미 ITC의 결정이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며 WTO에 공식 제소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첫 제소다.
한-중 FTA 문제 해결도 윤 장관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서로 얽혀있는 한-중 FTA와 TPP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윤 장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중 FTA와 TPP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가가 우리나라와 무역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 중인 TPP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맺음으로써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포위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중국의 한 수가 바로 한-중 FTA다. 한국과의 FTA로 TPP에 따른 대 중국 포위망에 구멍을 내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TPP가, 경제적으로 한-중 FTA가 우리나라에 효과적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TPP는 논의 중인 개방 정도가 높아 국내 농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반면 한-중 FTA는 개방 정도를 낮추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자칫 우방인 미국과 멀어질 수 있다.
한 통상 출신 전직 관료는 “그동안 통상교섭본부장의 임기는 대개 3년 이상이었다. 상대국이 대화 상대자로 장관급을 내세우기 때문에 역시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를 소화할 만한 협상 능력과 통상 이해도, 외교 관계 파악, 영어 능력을 가진 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산업 관련 업무만 맡아왔던 윤 장관이 외교적인 문제가 얽혀있는 통상업무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통상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외교부가 도와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윤 장관이 생각보다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