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강원 주인의 고백

“기름 많은 개소주 건강에 좋겠나”

[일요신문] 전국 각지의 건강원을 통해 불법으로 사냥된 각종 동물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 용인에서 8년간 건강원을 운영했던 박 아무개 씨(51)에 의하면 불법으로 포획된 야생동물을 취급하는 이들이 건강원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고라니 뱀 개구리 등 포획이 금지된 동물을 가져와 구매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최준필 기자 [e-mail]

그는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을 가져와 사라고 하더라. 그런 것을 취급하면 영업정지를 받기 때문에 올 때마다 돌려보냈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은밀하게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건강원도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서 야생동물을 취급하면 영업정지, 허가취소 등의 행정조치에 처해진다. 밀렵된 것을 알고서 식용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 처벌수위가 높다.

앞서의 박 씨는 또한 “사람들이 도축된 개고기를 맡기면 개소주로 만들어 주곤 했다. 주로 모란 개시장에서 사오는 것들이었다”며 “개소주를 달일 때 걸쭉한 개기름이 정말 많이 나온다. 계속 기름을 걷어내면서 달인다. 이런 개 기름이 인체에 들어가면 얼마나 안 좋겠나. 개기름은 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동맥경화증, 고혈압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몇 해 전 건강원 운영을 접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국내 한 대기업에서 20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박 씨였다. 샐러리맨의 생활에 한계를 느꼈고 평소 건강에 대한 관심을 사업에 적용하고 싶어 건강원을 개업했다. 그러나 도시에선 주 고객층이 중장년층이고, 젊은 층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시골에선 건강원이 여전히 잘 된다고 하더라. 하지만 도시에선 운영이 어렵다. 개소주를 찾는 연령층이 높다. 도시에선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는 가물치즙 붕어즙을 많이 찾고 시골에선 개소주를 더 찾는 것 같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앞으론 없어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경미 건강관리사는 “건강을 지키는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한다”며 “개 도축 및 식용 등을 투명하게 국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환경에서 사육된 육견을 섭취할 때 인간에게도 반드시 재앙이 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신상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