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얻은 SM, 답 찾는 YG, 답 없는 JYP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회 교육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음악 산업 상장사 수출액 자료에 따르면 SM의 지난해 수출액 규모는 1036억 원이었다. YG는 534억 원, JYP는 13억 원에 그쳤다.
JYJ 3인방이 빠져나간 SM 소속 2인조 동방신기의 파괴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사진제공=KBS
매출 규모로 볼 때 업계 1위인 SM은 최근 기사회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인 그룹 EXO가 ‘으르렁’으로 압도적인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SM의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 중국인 멤버도 다수 포함돼 거대 공룡인 중국 시장 역시 반응하고 있다. SM의 탄탄하고 치밀한 신인 육성 시스템이 일군 쾌거다.
EXO가 급부상하기 전 SM은 안팎으로 위기론이 높았다. 일단 JYJ 3인방이 빠져나간 2인조 동방신기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으며 슈퍼주니어는 이특 예성 등 핵심 멤버들이 일찌감치 군 입대했고 내년에는 나머지 멤버들도 줄줄이 입대할 예정이다. 중국어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슈퍼주니어가 향후 2년 동안 전성기 때 진용을 갖추기 힘들다. 또한 일본시장에 젖줄을 대고 있는 SM은 우경화에 따른 일본 내 반한류 정서와 엔저 현상 역시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가 역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말 7만 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현재 3만 3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어닝 쇼크’로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시작된 하락세는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M엔터테인먼트는 그룹 JYJ의 연예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며 SM과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에 대해 방해 행위 금지명령을 내린 것도 부담스럽다. 현 정부가 ‘갑의 횡포’에 강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SM이 JYJ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전문가는 “SM의 위상이 1년과는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수출액 규모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O의 성공으로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몇 년 후를 읽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NE1
MBC 예능국의 한 PD는 “2NE1과 승리가 음원 차트 및 몇몇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대중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들보다 음원 순위가 낮은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알아도 ‘폴링 인 러브’와 ‘할 말 있어요’를 모르는 대중이 많다. 분명 YG는 과거에 비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내놓지 못했다”고 평했다.
YG의 가장 큰 약점은 회전율이 낮다는 것이다. 많은 아티스트를 보유해 끊임없이 소속 가수들을 노출시키는 SM과 달리 YG는 공백기가 길다. 너무 깊게 고민하다 보니 적절한 시기를 놓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지난해 이맘때 10만 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아티스트 개인의 창의력과 노력을 존중하는 YG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손꼽히는 지드래곤이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YG의 신인 육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케이블 채널 Mnet <WIN>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우 매니지먼트 분야 역시 강화시키고 있다. 구혜선 정혜영 유인나 등이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배우 차승원 영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 등에도 참여하고 있는 YG가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한 수순으로 읽힌다.
게다가 YG는 현 정권에게 가장 지지받는 기획사로 손꼽히고 있다. YG의 수장인 양현석 대표의 친동생이자 YG의 등기대표이사인 양민석 대표는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연예기획사로는 YG가 유일했다. YG는 지난해부터 중국 활동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많은 것을 협력하려는 현 정권의 정책 방향과 잘 들어맞는다. 때문에 현 정권 하에서 YG가 크게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JYP는 3대 기획사 대열에서 이미 벗어났다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오고 있다. 매출 규모가 현격히 차이나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아티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JYP 소속 대표 아이돌그룹 2PM(큰 사진)과 원더걸스(작은 사진).
이 와중에 JYP를 제치고 3대 기획사 대열에 합류하려는 후발주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밴드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등을 보유하고 있는 FNC엔터테인먼트는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어 우회상장이 아니라 직상장을 노릴 정도로 재정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비스트와 포미닛 등이 몸담고 있는 큐브엔터테인먼트 역시 나날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JYP의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원더걸스의 ‘텔미’와 ‘노바디’가 위기의 JYP를 구했듯, 수장 박진영이 언제든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박진영 개인이 아니라 회사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