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조연’에 찍히면 스타도 훅~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 출연한 이혜숙(왼쪽)과 한진희.
스타들의 등장 비중이 높은 주중 미니시리즈 역시 중견배우를 빼놓곤 이야기할 수 없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정웅인과 김광규 윤주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배종옥 김태우 역시 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때문에 제작진 역시 드라마를 만들며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영화와 미니시리즈의 주연으로 활약하던 여배우 A는 몇 년 사이 일이 급감했다. 통제되지 않는 A의 성격 때문에 스태프들이 볼멘소리를 낼 때만 해도 A는 당당한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A와 호흡을 맞췄던 중견배우들이 “A와 함께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그의 입지는 좁아졌다.
A는 촬영 시간에 늦기 일쑤였다. 선배들을 깍듯이 모시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결국 제작진 역시 캐스팅을 고려하며 A를 우선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했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A를 캐스팅 물망에 올린 후 몇몇 중견배우와 접촉했는데 A와 함께라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타들의 경우 연기력이 조금 모자라도 보완이 가능하지만 꼭 필요한 중견배우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드라마를 만들기 어렵다. 결국 A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중견배우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도 조연출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주연급 배우의 경우 동시기에 여러 드라마에 출연할 수 없다. 하지만 ‘생활형 연기자’인 중견배우는 다르다. 그들은 두 작품, 심지어 세 작품에 겹치기 출연할 때도 있다. 각 드라마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 촬영 계획을 짜야 하는 제작진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인기 있는 중견배우의 스케줄은 웬만한 스타 못지않다. 하지만 워낙 연기력이 출중하고, 같은 시기에 여러 작품에 출연해도 각 드라마에서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을 섭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견배우는 드라마에서 주로 조연을 맡는다. 극중 비중은 커도 출연 분량은 적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들의 몸값까지 낮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몇몇 중견배우들의 회당 출연료는 1000만 원을 웃돈다. 50부작이 넘는 주말극의 경우 5억 원이 넘는 개런티를 챙기는 셈이다.
KBS <왕가네 식구들>에 출연 중인 나문희, 장용, 이해숙(왼쪽부터).
이에 대해 또 다른 방송가 관계자는 “요즘 주연급으로 활약 중인 스타들의 회당 출연료는 5000만 원에서 1억 원에 육박한다. 그들의 몸값을 감안하면 중견배우들의 개런티는 아직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다.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중견배우 B는 한때 사극을 제작할 때 캐스팅 1순위였다. 하지만 그의 몸값이 천정부지 솟으면서 B를 찾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각종 사극에서 종횡무진하던 B는 결국 최근 3년 사이 사극을 포함해 고작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데 그쳤다.
중견배우들의 개런티가 과거에 비해 상승한 데는 연예기획사의 힘이 크다. 과거 중견배우들은 월급을 주며 개인 매니저를 쓰거나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직접 운전하며 촬영장에 다니고 방송사에서 지원하는 코디네이터와 메이크업, 헤어 아티스트를 쓴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스타급 중견배우들이 등장하며 그들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연예기획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기력이 좋은 중견배우와 일찌감치 계약 후 제작사 및 방송사 관계자들과 만나 좋은 배역에 밀어 넣으며 인기를 끌어올렸다. 덩달아 그들의 몸값도 상승했다.
게다가 중견배우들은 젊은 스타들에 비해 소위 ‘관리비’가 적게 든다. 값비싼 밴을 고집하지 않으며 유명 헤어숍이나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다. 스캔들에 휘말릴 확률도 낮다.
여러 중견배우를 보유하고 있는 연예기획사 대표는 “선생님(중견배우들을 지칭하는 표현)들은 곁에서 식사와 휴식 시간 등을 잘 챙기고 스케줄 관리만 철저히 하면 불평이 없이 오히려 매니저들을 배려해주신다. 스타들에 비해 회사가 가져오는 수익은 크지 않지만 마음고생과 몸 고생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선생님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정적이다”고 전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예능계도 중견배우 모시기
토크쇼 등 군기반장 역할 톡톡
요즘은 예능가에서도 ‘중견배우 모시기’로 분주하다.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가 크게 성공한 이후 유사 프로그램이 다수 제작되고 있다.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 이후 앞다퉈 만들어진 집단 토크쇼의 제작진도 젊은 연예인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거침없는 언변을 구사하는 중견배우들을 반긴다.
이런 자리에도 나름의 룰이 있다. 수많은 게스트가 대화를 이어가는 만큼 흐름이 중요하고 촬영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무분별한 애드리브가 나오는 것은 지양한다. MC와 함께 이를 진두지휘하는 이도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는 나이 지긋한 중견 게스트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한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인 중견배우가 녹화에 앞서 젊은 게스트들에게 지침을 준다. 괜한 애드리브를 하거나 대화 중간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흐리지 말고 대본에 있는 것만 하라고 충고한다. TV로 볼 때는 마냥 너그러운 동네 아저씨 같지만 녹화장에서는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토크쇼 등 군기반장 역할 톡톡
MBC <세바퀴>에 출연한 조형기, 전원주
이런 자리에도 나름의 룰이 있다. 수많은 게스트가 대화를 이어가는 만큼 흐름이 중요하고 촬영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무분별한 애드리브가 나오는 것은 지양한다. MC와 함께 이를 진두지휘하는 이도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는 나이 지긋한 중견 게스트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한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인 중견배우가 녹화에 앞서 젊은 게스트들에게 지침을 준다. 괜한 애드리브를 하거나 대화 중간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흐리지 말고 대본에 있는 것만 하라고 충고한다. TV로 볼 때는 마냥 너그러운 동네 아저씨 같지만 녹화장에서는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