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 두 아들 왕좌 앉혀 섭정 무게
윤석금 회장. 최준필 사진기자
이에 그치지 않고 웅진홀딩스는 구조조정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지난 9월 30일엔 사모투자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와 1150억 원에 보유주식 매각 계약을 맺었다. 웅진홀딩스는 웅진케미칼에 대해서도 지난 9월 말 본입찰에서 4300억 원을 써낸 일본계 화학업체 도레이첨단소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계약을 추진 중이다.
법원이 지난 2월 인가한 웅진홀딩스 회생계획안에 제시된 웅진식품의 매각 대상 지분 가치는 495억 원이었으며, 웅진케미칼의 경우 2066억 원이었다. 국내외 대기업들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애초 예상 매각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매각이 되는 ‘잭팟’이 터진 셈이다.
이에 따라 웅진홀딩스의 채무 상환 계획은 법원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웅진코웨이 매각 잔여금과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매각 대금을 빚 갚는 데 모두 쓸 경우 웅진홀딩스의 잔여 채무는 약 13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법정관리 회생계획안에 담긴 확정채무(1조 5288억 원)의 9% 수준으로, 91%의 채무를 모두 갚는다는 의미다.
웅진그룹이 법정관리 조기졸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윤석금 회장의 재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문제이나 현재 조기졸업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우리의 경우 다른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과 비교해 봤을 때 외부 도움 없이 계열사 매각만을 통해 채무를 변제한 데다, 무담보채무의 현금 변제율이 70%나 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통합도산법)에 따르면 법정관리 기업은 채무 변제를 시작했고, 회생계획안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경우 조기졸업을 신청할 수 있다.
그룹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웅진그룹은 이제 조심스레 ‘포스트 윤석금’을 준비하고 있다. 윤 회장이 현 사태의 책임자로서 직접적인 복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웅진씽크빅 경영관리실장과 차남인 윤새봄 웅진케미칼 차장이 계열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사재를 출연해 지주사인 웅진홀딩스 지분을 최대 25%까지 확보할 수 있는 까닭에서다.
웅진홀딩스 측에 따르면 웅진케미칼 매각 대금이 들어온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웅진홀딩스 유상증자에 이들 두 형제는 모두 약 10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두 형제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3차례에 걸쳐 진행된 무상감자로 지분이 대폭 축소된 아버지 윤 회장(6.99%)을 제치고 이 회사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10월 법정관리 결정과 함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경영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윤 회장은 지난 7월 웅진홀딩스 본사 건물을 과거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서울 종묘 인근의 종로플레이스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 터가 나빠서 생긴 일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본사 이전을 추진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와신상담을 준비 중인 윤 회장으로서도 명예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법정관리인으로 자신의 최측근인 신광수 대표가 선임된 것도 윤 회장으로서는 법정관리 졸업 후 원활한 후계구도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재계 일각에서는 형인 윤 실장이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맡고, 동생인 윤 차장이 사실상의 출판그룹으로 재편되는 그룹의 핵심 회사인 웅진씽크빅을 맡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장자인 형덕 씨가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맡고, 새봄 씨가 그룹의 새로운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을 맡아 경영하는 형태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과 지주사 증자가 마무리되면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겠냐”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회사 정상화 이후의 경영에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윤 실장과 윤 차장의 소속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