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60여 일의 짧았던 재임기간이었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물러난다. 누구도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해선 안된다. 임진왜란 때 동래성 전투에서 ‘명나라를 치러 가는데 길을 내주라’는 왜장의 말에 동래부사 송상현이 ‘싸워서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법무 검찰은 옳고 바른 길, 정도를 내줄 수 없다.”
송 전 장관의 이 같은 이임사는 청와대 ‘선처압력설’에 대한 송 전 장관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평가다. 또 “수즉다욕(壽則多辱)이란 말이 있듯이 어려운 때일수록 장수하면 욕되는 일이 많은데 지금 물러나는 것이 다행”이라는 송 전 장관의 발언은 ‘경질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날 송 전 장관은 끝내 자신의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과연 짧은 기간이지만 파란만장했던 법무부 수장 자리를 떠나는 송 전 장관의 솔직한 심경은 어떨까. 또 여ㆍ야간 ‘치열’을 넘어 ‘피를 튀기는’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청와대 ‘선처압력설’의 진상은 무엇일까.
퇴임 이후 등산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송 전 장관. 그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일요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듯 즉답을 피했다.
송 전 장관은 다만 ‘선처압력설’과 관련, “(외부로부터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몇 차례 왔었다”고 답한 뒤 ‘(이런 전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물론 그럴 수 있다”면서 ‘부담스러운 전화’를 받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송 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선처압력설’에 대한 당사자의 직접적인 첫 언급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특히 사법부의 수장인 법무부 장관이 부담을 느낄 만한 전화를 할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부담스러운 전화’의 발신지가 정치공방의 초점이 되고 있는 ‘청와대’일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인 셈이다. 송 전 장관은 그러나 ‘청와대의 선처압력이 있었느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한편 송 전 장관은 홍걸씨에 이은 홍업씨의 구속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인간적’으로 복잡했던 당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송 전 장관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이리 남성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호남 출신 법조인으로 광주고검장을 거쳐 지난 99년 6월 법무연수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송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그로부터 2년6개월 후인 올해 1월이었다.
다음은 지난 12일 송 전 장관과 나눴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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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물러난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은 청와 대의 선처압력은 부인했지만 “부담스런 전화는 여러 통 받았다”고 말했다. | ||
▲집에서 가까운 우면산에 등산을 다니며 지내고 있다.
―이임사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이야기를 남겼는데.
▲그런 것이 아니다. 별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도 변호사를 했던 사람이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봤다. 내가 고검장 출신이니까 나를 변호사로 선임하면서 (검찰에)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은 나에게) 변호사 활동을 기대하기보다 그것을 더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 일반론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그럼 언론에서 송 전 장관의 이임사 내용을 의도적으로 확대해석했다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 그것까지 생각한 적은 없다.
―이번 인사를 ‘경질’로 받아들이는가.
▲인간적으로 내가 어떻게 더 있겠는가. 그래서 나도 더 있기 어렵겠다고 미리 표시를 했다.
―사의 표시를 먼저 했다는 것인가.
▲바로 전날 했다.
―청와대 선처압력설 파문이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었나.
▲그런 것과는 관계없다. 내가 더 있어서 되겠는가. 인간적으로 다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소신이 중요하지 않나. 선배로서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후배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 아니면 안되는 것도 아니다.
―홍업씨 구속 때 고민이 많았겠다.
▲당연히 고민이 없을 수 있겠는가. 물러난 사람이 자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데….
―경질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섭섭한 마음이 많이 남아있지 않는가.
▲아니다. 홀가분하다.
―청와대 선처압력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겠는가.
▲전혀 (청와대 선처압력 등) 그런 것은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온 것은 사실 아닌가.
▲몇 차례 왔었는데…. 지금같이 내가 이야기 안하고 말았다.
―그런 전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지 않은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 나도 이제 그만둔 사람이고 우리라도 조용히 있어야지 않겠는가. 안그래도 여러 가지 일이 많은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자꾸 이말저말 해서 되겠는가. 우리는 있을 때도 그렇고, 나와서도 일체 말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그만 하자. 지금은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그럼 언제쯤이나 모든 진상을 밝힐 수 있겠는가.
▲나중에…. 당분간 쉬고 변호사 할 때나 이야기하자.
―김정길 신임 법무부장관과 매우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도 친하고, 학교도 인연이 깊다. 내가 그분 변호사 사무실을 이어서 변호사도 했고.
―변호사 사무실 개업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
▲아직까지는 전혀 계획없다. 여름인데 좀 쉬어야지 않겠는가.
―김정길 장관 변호사 사무실이 비었을 텐데….
▲(웃음) 나중에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