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는 집값…반짝 잔치 그칠 듯
정부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들에 대한 혜택이 두 달여 남짓 남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 경기가 살아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4·1 부동산 대책에서는 올해까지 생애최초주택구입자가 집을 사면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현재 유주택자나 일반 무주택자가 내는 취득세율이 2~4%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애최초주택구입자로서는 꽤 괜찮은 조건이다.
이들에게는 저리의 금융지원도 해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를 최고 4%에서 3.4%로 낮췄다.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금융규제 등도 완화했다. 올해 말까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DTI는 은행권 자율로 정하고, LTV는 10%포인트 더 많은 70%까지 가능하다. 8·28 대책에서는 1%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수익 또는 손익 공유형 모기지를 통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을 주택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전 정부에서부터 계속됐다. ‘생애최초’ 무주택자들을 위한 주택구입자금이 처음 확보된 것은 지난 2010년 8·29 대책 때였다. 당시는 한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규모는 매년 늘어났다. 올해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예산 규모를 총 5조 원으로 확대했다. 금리도 5.2%에서 4.7%로 낮췄다. 당시 시중 주택담보대출금리가 5% 후반이었음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수혜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들을 주택시장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다. 일단 이들은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애최초’ 무주택자들은 20~30대가 대부분으로 아직은 사회초년병이어서 급여가 많지 않지만, 향후 승진 등 기회가 있어 갚아나갈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생애최초’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30년 상환대출을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는 투기성이 적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더 늘어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집값이 급등해 투기로 번질 수 있어서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시원하게 풀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임성배 리얼에셋투자연구소 이사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은 투기성은 적은 실수요자들이어서 정부차원에서는 이들의 시장진입을 가장 바람직하게 본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이들을 단시간(올 연말까지 집을 사야 혜택 부여)에 시장에 끌어들임으로써 전반적인 매매수요 촉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음 급한 정부가 택한 것이 바로 1%대 초저금리 대출상품인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가 대상인 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다른 실수요자들에게 연내 집을 사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도대로 ‘생애최초’ 무주택자들을 포함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 1~9월 누계 주택매매거래량은 58만 3000여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로 늘어났다. 취득세율 1~3%로 영구인하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취득세 100% 면제 혜택을 받는 ‘생애최초’ 무주택자 참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집을 산 사람 10명 중 4명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주택구입자 가운데 44% 정도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로 보고 있다. 올해 집을 매매한 58만 3000여 명 중 25만 6000여 명이 이들인 셈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총 8999건, 8031억 17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8월의 8871건, 7922억 3800만 원을 넘어선 수치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가 대상인 공유형 모기지의 경우 지난 1일 오전 9시부터 5000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54분 만에 마감됐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2975명을 뽑아 대출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의도대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이 주택시장을 되살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회의적이다. 여기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년은 3%대로 전망하고 있지만 성장 모멘텀이 약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가계소득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연간 4%대에 머물고 있다. 소득 증가율이 빚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가계소득 감소는 주택매매 기피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로 작용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득세율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것도 불안 심리를 키우는 요소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최근 주택시장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적어 집값 상승까지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