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의 블랙야크 1호점과 상하이 국제스포츠용품 박람회의 블랙야크 부스.
1973년 종로 5가에서 ‘동진산악’이라는 작은 회사로 시작한 블랙야크는 1995년 처음으로 자체 등산복을 출시하기에 이르렀고, 1998년부터는 세계로 눈을 돌려 중국에 진출하면서 현재 중국 260개 매장을 운영하며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 올린 매출만 550억 원. 향후에는 아웃도어 본고장인 독일에도 지점을 개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웃도어 산업과 40년을 함께한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은 아웃도어 시련기라 할 수 있는 1980년~90년대를 거치며 어려울수록 밀어붙이는 뚝심을 배웠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산림법 개정안으로 전국의 모든 산에서 취사 및 야영이 금지됨에 따라 등산 장비점에 등산객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하지만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은 시련을 이겨낼 힘을 갖고 있었다. 강태선 회장은 “경영은 등산과 비슷해 산을 오르면 내려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산을 오를 때처럼 경영에도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시장에 없는 상품을 시장에 없는 소비자를 형성하여 판매하는 시장, 즉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창조경영이 기업의 생명”이라고 말한다. 블랙야크의 ‘창조 경영’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찍이 아웃도어 업계에 발을 내디딘 블랙야크는 한국 산악계와 항상 호흡을 같이 해오기도 했다. 블랙야크는 1980년대부터 수많은 해외원정 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본격적으로 히말라야원정을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여름 서울시산악연맹의 낭가파르밧(8125m) 원정대가 등반을 할 때였다. 당시 블랙야크가 후원했던 원정대는 7700m에서 아깝게 후퇴했지만 그들의 도전정신과 블랙야크의 든든한 후원은 많은 이들로부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블랙야크는 산악인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뿐만 아니라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최고봉인 14좌를 완등한 여성 산악인 오은선 대장,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로체봉을 연속 등정한 산악인 김미곤 대장 등이 블랙야크와 역사적인 등반을 함께했다. 어린 시절 산을 스승으로 삼았던 강태선 회장의 “사람이 산이다”라는 철학이 국내 등반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셈이다.
한국은 산이 64%를 차지할 정도로 산이 많다. 그렇기에 블랙야크 직원들은 “한국인의 피에는 산을 좋아하는 유전자(DNA)가 있다”고 생각하며 일을 한다고 한다. 결국 산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맞는, 전문성과 안정성이 담보된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블랙야크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던 동력으로 ‘희망과 도전’을 품으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등불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