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실패 반성문? 분란만 만든 자충수?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 안철수 의원의 공보담당인 금태섭 변호사는 “아예 출마를 포기하고 양보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원망하는 게 정말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구나. 이제 좀 지겹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안 의원 측이 발끈하는 데는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생떼쓰기’에 가까운 요구들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 이후 공동 선거운동 조건으로 “안철수 전 후보를 ‘미래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든 뒤 정치 쇄신을 위해 당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안 의원 측의 정치적 타격 역시 불가피한 대목이다.
책은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성식·박선숙 전 의원은 물론 당내 대선 경선에서 패한 손학규 상임고문, 대선평가보고서를 만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에 이르기까지 불편해 할 내용들을 담았다.
“(캠프 선대위를 꾸릴 당시) 손학규 고문은 생각보다 완강했습니다. 윤후덕 의원과 같이 가서 설득을 하려 했는데 절망감까지 느낄 정도로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경선의 앙금을 씻어내지 못하고 이 상황을 거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정치선언문을 만들 당시) 안철수 후보 측은 새정치선언문에 민주당을 ‘낡은 정치’의 상징 자체로 명시하는 문구를 넣으려 했다. 특히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기성 정당’은 새누리당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며 협의 취지에 맞으려면 반드시 선언문 서두에 ‘민주통합당’이라고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진제공=문재인
결국 진실공방 양상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밤 안철수 의원의 갑작스런 후보 사퇴의 이유가 사실은 여론조사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보고를 미리 받았기 때문이라는 부분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사회학 박사는 “이는 완전히 허위날조”라며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의원과 11월 22일 최종 회동이 있기 전부터 자신의 사퇴 의사를 측근에게 꺼냈다. 그런데 22일 마지막 회동에서 문 의원은 안 의원을 고성으로 윽박지르다시피 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상기된 얼굴로 회담장을 나온 안 의원은 신뢰와 미련을 다 버렸고 사퇴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민감한 내용을 노출한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책 집필을 조력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이미 출간을 한 번 미룬 것이다. 어느 시기에 나와도 결국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며 “야권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털고 가자는 취지에서 책을 쓴 것이다. 당 안에서는 잘 나왔다는 반응도 많다. 일단 책을 보고 이야기해 달라. 아마 내용에 있어 반박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