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준 재판 중 파리로 신혼여행
종교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는 서울구치소 수감 당시인 지난 5월 초, 20대의 젊은 여성과 혼인신고를 했다. 당시 조 씨는 36억 배임 혐의로 구속수감돼 재판 중이었다. 그는 다음 달인 6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석달 후인 지난 8월 초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조희준 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자확인소송이 세간의 주목을 받자 부부 간의 신뢰를 다지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조용기-조희준 부자가 자유롭게 해외를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 기간 동안 조 목사는 설교 여행을 구실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스웨덴 말레이시아 호주 등을 다녀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식지 <순복음가족신문>에 의하면 조 목사는 지난 7월 9일과 10일 양일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종교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해당 기사는 7월 15일에 교회 홈페이지에 노출됐다.
이밖에도 조 목사는 7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스웨덴 웁살라에서 열린 유럽컨퍼런스에 참석했다. 해당 기사는 8월 3일 노출됐다. 8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9월 25일과 26일 양일간 호주 퍼스지역의 종교행사 등에 참석했다.
조 목사 부자는 현재 ‘300억대 배임’ 혐의가 걸린 재판을 받는 중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선,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 원로목사는 조희준 씨의 회사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적정가보다 4배 부풀려 매입하면서 교회에 157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이 과정에서 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처럼 허위로 꾸며 35억 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부자를 검찰에 고발한 교회 장로들은 이밖에도 교회가 피고인 조희준 소유 회사의 부실채권을 49억 원에 매입하고, 증여세까지 물게 되면서 모두 305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준 씨의 경우 지난 2001년 세금포탈 혐의로 벌금 50억 원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해외로 출국, 2007년 인터폴에 의해 일본에서 국내로 인계된 전력도 있다. 이에 일각에선 검찰이 이들 부자를 상대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긴 하지만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며 재판에 꼬박꼬박 출석한다고 해서 도주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중대 범죄가 소명되면 도주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법조인 4인에게 ‘경제사범의 출국금지’ 사안에 관한 자문을 요청했다. <일요신문>의 자문 요청을 수락한 A 씨는 전 정권의 고위 관계자로 검사로 경력을 시작해 정부기관장을 지낸 현직 법조인이다. B 씨는 정부기관 소속 변호사 출신으로 경제법 전문 변호사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법 관련 자문을 하며 활발히 활동 중인 검사 출신 변호사 C 씨, 진보적 시민단체 소속 법률인인 D 씨 등이 자문 요청에 응했다. 이중 A 씨는 기독교인이고 나머지 자문인은 비 기독교인이다.
조용기 목사는 지난 7월 스웨덴(위 사진), 싱가포르 등서 열린 종교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여의도순복음교회 홈페이지 캡처.
A 씨도 “불구속기소를 하면서 출국금지를 시키는 예는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도 “일단 기소에 붙이고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해서 재판에 제출할 계획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300억 배임이라는 규모는 크지만, 10년 전 범행으로 오래된 일이고, 재판기간도 길어질 것이다. 증거 수집 등과 관련해 검찰에게 뭔가 특수한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형평성에 관한 언급도 했다. 그는 “36억 배임으로 현재 집유 중인데, 이번 사건과 집유를 받은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 같이 재판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인데, 사건이 분리가 돼 따로 처벌받게 되면 2번 구속되는 것이니, 당사자에겐 가혹할 수 있다”며 “특히 36억 배임 재판의 경우 구속재판이었으므로, 형평성을 따져 현재 불구속재판을 하는 것 같고, 출국금지 조치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D 씨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범죄 사실이 늦게 밝혀진 것뿐”이라며 “살인 혐의가 뒤늦게 밝혀져 10년 후에 기소된다고 해서 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배임 사건은 제각각 다른 별개의 사건”이라고 피력했다.
C 씨는 엄격하고 원칙적인 법 적용을 주장했다. 그는 “한번 해외로 도주했던 경력이 있는 피의자이고, 300억 배임 사건인데 출국금지를 안 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실상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국정감사 사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D 씨 역시 “통상은 출국금지가 맞다. 과거 경력이 신중하게 조회가 안 됐던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이전 사건에서 받은 실형과 합쳐져 형이 집행될 것이다. 집행유예는 당연히 취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대해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원래 교회는 상명하복이 철저하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건의 면모를 볼 때, 기소를 한 것만으로도 수사검사가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4명의 법조인은 공통적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왜 취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을 고려할 때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 관계자는 “피고인들을 왜 출국금지시키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선으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조희준 씨가 해외에 다녀온 줄도 몰랐다”며 말을 아꼈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