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 vs ‘엄살’ 구속정지 연장 공방
김승연 한화 회장은 앰뷸런스를 타고 침대에 누운 채로 법정에 나타났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김 회장은 침상에 누운 채 천장만 응시하고 있었다. 판사가 생년월일과 주소 등을 묻자 김 회장은 작은 목소리로 직접 답변을 했다. 틈틈이 손에 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김 회장 측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재판을 변호사에게 일임하겠다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본인의 소송에 참석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모두 일임해도 괜찮겠느냐”고 김 회장의 의사를 묻자 김 회장은 “희망합니다”라고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김 회장은 개정 23분 만에 퇴정했다.
김 회장의 상태가 확인된 만큼 파기환송심 시작과 동시에 쟁점이 된 것은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연장이었다. 11월 7일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만료되는 김 회장은 3월, 5월, 8월에 이어 지난 10월 25일, 네 번째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했다. 김 회장의 변호인단은 “김 회장이 만성 폐질환, 급성 천식으로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는 데다, 최근 낙상으로 전치 3개월의 요추 골절상을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회장의 몸이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수감이 불가능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심문의 경우를 들며 “지금까지 구속집행정지 연장 심리가 있을 때마다 김 회장이 고용한 서울대병원 주치의가 법정에 출석해 김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진술했는데, 공정성에 의문이 간다. 이번에는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제3의 기관이나 법원의 전문심리위원에게 객관적인 진료기록 검토를 맡겨보자”고 제안했다.
지난 4월 항소심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설 때도 침대에 누운 모습이었다.
대법원이 지적한 토지 등에 대한 감정 평가 오류로 인한 배임액 산정 문제뿐만 아니라, 김 회장의 혐의에 대해 변호인단과 검찰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3000억 원에 달하는 차명 소유 회사의 부채를 한화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이용해 변제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그룹 전체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첫 파기환송심은 개정한 지 3시간이 넘은 오후 6시 2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2차 공판은 11월 7일로 결정됐다.
한편 김 회장은 또 다른 소송에서 수십억 원을 배상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지난 10월 31일 경제개혁연대와 한화의 소액주주들이 김 회장과 한화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목적으로 한화S&C의 주식을 장남(김동관 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화 경영기획실을 통해 주식가치를 저가로 평가하도록 지시해 한화 측에 손해를 입혔다”며 “김 회장은 한화에 89억 668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