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비자금 수사가 ‘변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일요신문 DB
추징금을 내면 단기차입금을 갚을 현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빚이라도 내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 상반기 6조 2710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당기순이익은 고작 573억 원에 불과하다. 영업을 통해 빚을 줄이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도 효성은 자본총계 3조 575억 원에 부채총계 11조 5889억 원이다. 부채비율이 380%를 넘는다. 자본이 줄어들거나 부채가 늘어나면 부채비율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차입 조건이 나빠져 이자부담이 더 높아지고, 이는 다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가 측면에서도 분명히 부담스럽다. 일단 추징금을 특별손실로 처리하면 올 해 20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효성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이미 20배를 넘고 있어 시장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다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3배로 저평가 상황이지만, 추징금 지출을 감안하면 다시 1배에 가까워진다.
반면 국세청 세무조사가 알려진 이후 크게 하락했던 주가가 추징금 부과라는 불확실성 해소 덕분에 급반등 추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효성의 사업 자체가 아직 흔들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업현금흐름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에 가까운 4000억 원의 플러스(+)를 기록할 정도로 돈이 잘 돌고 있다. 단기차입금 차환 및 상환도 아직 원활하다.
이 때문에 사업 자체로 투자 판단을 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의 시각은 효성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그리고 추징금 금액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 약세를 보여 왔으나 추징금 확정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시장 내에서 차별화되는 이익률을 보이는 섬유사업, 산업자재 사업의 재평가로 오히려 기업 가치는 한 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 이상 대주주였던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트먼트나 국민연금 등이 최근 지분을 대거 매각한 것 역시 사실이다. 조석래 회장 일가의 비자금 수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정감사에서는 효성캐피탈이 대주주 일가에 장기간에 걸쳐 1조 2000억 원이란 자금을 대여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칫 경영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경영 측면에서는 당장 큰 위험 요소는 없지만, 비경영적 요소에서의 돌발변수에 주가 향방이 달린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